4시간 넘는 연주도 너끈…유행하는 협주곡 전곡 공연
9~12월 프로코피예프ㆍ브람스ㆍ베토벤ㆍ라흐마니노프 전곡 공연
“그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 같았다. 마지막 곡인 3번 협주곡의 절정이 끝날 때까지 얼굴도 음악도 차분하고 눈부셨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공연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리뷰 중 일부다. 지난 1월 28일(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4시간 30분짜리 공연에 대한 것이다. 유자 왕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과 함께 했다.
초점은 연주곡목의 거대함에 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4곡 전곡과 오케스트라에 피아노가 함께 하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까지 모두 5곡을 하룻밤 공연에서 연주했기 때문이다. 유자 왕은 특유의 명확하고 분명한 터치에 서정적인 해석을 더해 연주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작곡가의 모든 협주곡을 연주하는 ‘마라톤 공연’은 최근 하나의 유행과도 같다. 한국에서도 열린다.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을 겨냥한 공연이 우선 눈에 띈다. 러시아의 뛰어난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KBS 교향악단(지휘 타니슬라프코차놉스키)과 함께 12월 라흐마니노프 5곡 연주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 태생으로 현재 성신여대 초빙교수인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도 9월 7일 라흐마니노프의 5곡을 모두 연주할 예정이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최영선과 함께 한다. 라쉬코프스키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5월 16일에도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1~3번을 한 번에 연주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세 명이 각각 다른 작곡가의 협주곡 전곡을 하룻밤에 완주한다.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9월 20일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3곡, 백혜선이 11월 19일 브람스 협주곡 2곡, 박재홍이 12월 17일 베토벤 협주곡 5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인천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이병욱이 세 공연 모두 함께한다.
피아니스트에게는 체력과 지구력, 무엇보다 음악성이 필요한 일이다. 오케스트라도 만만치 않은 대장정이기 때문에 하룻밤 협주곡 전곡 공연은 흔하지 않았다. 2000년에 피아니스트 김대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베토벤의 다섯 협주곡을 하루에 모두 연주했다. 2009년엔 김대진이 지휘자로 나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1부(오후 3시), 2부(오후 7시 30분)로 나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9월 프로코피예프 전곡 공연을 준비 중인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연주자에게 엄청난 도전이며, 한계를 시험해보는 듯한 일”이라고 했다. “이런 대규모 공연이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지만 머릿속에서 생각을 많이 해보고 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은 힘을 요구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어떻게 잘 조절하고 끌고 나갈지가 관건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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