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전경련 가입 검토중…'달라진 분위기' 맏형 역할 부활하나

박선미 2023. 7. 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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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 회원사 재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탈퇴한 4대그룹이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전경련이 신뢰를 잃었던 경제단체 역할을 어느정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나타나고 있는 4대그룹 복귀 움직임이다. 전경련은 현재 신뢰 회복을 위해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탈바꿈하는 조직 체질 개선을 진행중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21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지난 19일에 전경련으로부터 8월 말 출범 예정인 통합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원사 재가입을 공식 요청하는 공문을 받고 내부 논의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공문에는 기존 한경연 회원사 자격을 유지 중인 4대그룹이 한경협 회원사로 지위가 승계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한국에 제대로 된 민간 싱크탱크가 없고 한경협이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만큼 환골탈태를 앞둔 한경협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4대그룹 재가입 여부는 다음 달 말 전경련 총회에서 가려진다. 4대그룹도 이달 말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 논의에 들어간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최근 잇달아 경제사절단을 꾸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면서 역할 회복 노력을 기울인 만큼 회원사 재가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4대그룹 총수들은 지난 3월 전경련이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주최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고, 4월에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전경련 주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월 전경련 국민 소통 프로젝트 '갓생(God生) 한끼'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4대그룹이 이사회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등 각각의 감시 기구를 통해 논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각각의 재가입 의사를 표명하기 보다는 재가입 명분을 갖춰 한번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가 형성되고 있다. 한 4대그룹 최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에 들어갈 경우 4대그룹 다 같이 들어갈 것"이라며 "언젠가는전경련에 들어가겠지만 시기가 문제인 사안"이라고 했다. 또 다른 4대그룹 고위 관계자도 "4대그룹이 각각 재가입 여부를 결정해 전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같이 움직이는 그림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4대그룹 모두 재가입을 추진할 경우 삼성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8일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삼성 재가입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전경련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깬 기발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위원장이 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언급한 만큼 통합 재편된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제대로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역할 쇄신이 동반돼야 4대그룹도 움직일 명분이 생길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삼성은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아예 언급을 피해왔다.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삼성의 태도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는 평가다.

앞서 4대그룹이 전경련을 떠난 이유는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 때 정경유착 시비에 휘말린 영향이 크다. 4대그룹 복귀를 유도하려면 정경유착과 엮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투명한 조직임을 증명해야 한다. 전경련은 기관 명칭 변경,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싱크탱크 기능 강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글로벌 네트워크 활성화 등 쇄신책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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