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대세’ 박지영 "기부도 계속해야죠"

노우래 2023. 7.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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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과 상금, 대상, 평균타수 1위 신바람
초등학생 때부터 기부, 롤 모델 소렌스탐
"국내 10승 달성하고, 미국 무대 도전"

박지영은 ‘조용한 대세’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반기에 2승을 거두며 다승, 상금(6억3457만원), 대상포인트(326점), 평균타수(70.19타) 모두 1위다. 지난 2년간 투어를 호령하고 있는 박민지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박지영은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시즌 시작 전에 감이 좋아서 성적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면서 "지난 겨울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박지영은 12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엔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만 했다. 박결과 지한솔 등이 1996년생 동기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입성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2014년 정규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듬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꾸준하게 성적을 올리며 통산 6승째를 수확했다. 박지영은 "샷이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고 쇼트게임과 퍼팅이 좋아져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영은 올해 상반기 다승과 상금, 대상, 평균타수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만들고 있다.

박지영은 어릴 때부터 운동 마니아다. 태권도 합기도, 검도, 축구, 야구 등을 즐겼다. 초등학교 시절엔 친구들을 괴롭히는 남자애들을 혼내주기도 했다. 다양한 스포츠를 접한 덕분에 골프에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 등 모든 기술이 평균 이상이다. 가장 자신 있는 주무기는 아이언과 퍼팅이다. 그린적중률 11위(74.87%), 평균퍼팅 6위(29.36개)다. 그는 "아이언이 장점이고, 120m 거리에선 자신 있다"면서 "코스를 공략할 때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영의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244.91야드(33위)다. 지면을 잘 밟고 차는 능력이 뛰어나다. 임팩트 이후 팔로우를 크게 하는 것도 눈에 띈다. 박지영은 "꾸준하게 체력훈련을 하는 것이 비거리 증가에 도움이 된다"면서 "주말골퍼의 경우 스쿼트를 하듯이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치면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영의 롤 모델은 ‘살아있는 골프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200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무려 11승을 올리는 등 통산 72승을 쌓았다. 60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킨 ‘원조 골프여제’다. 2020년부터는 국제골프연맹(IGF) 회장직도 맡고 있다. 박지영은 "소렌스탐은 은퇴할 때까지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했다"며 "소렌스탐처럼 많은 동료 및 후배 골퍼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원했다.

박지영은 마음이 따뜻한 선수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박지영은 지역 장애인 단체에도 작은 정성을 보태고 있다. 그는 "언제나 부모님이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저로 인해 엄청난 변화는 생기지 않겠지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기부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지영은 기회가 된다면 기부재단도 만들 계획이다.

박지영은 정교한 아이언 샷이 강점인 선수다.

박지영의 좌우명은 ‘인생은 놀이공원’이다.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평소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노래를 듣고 있다"고 했다. 캐디 송영철 씨와의 호흡도 좋다. 박지영은 "워낙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제 숨소리 하나만 듣고도 뭐가 필요한지 바로 캐치를 한다"면서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박지영의 올해 목표는 평균타수 1위다. "1년간 꾸준하게 성적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라서 가장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지영은 ‘메이저퀸’을 꿈꾸고 있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 우승이 과제다. 그는 "개인적으론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어서 꼭 해보고 싶다"며 "코스가 어렵기로 소문난 한화클래식에서 도전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지영은 국내에서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한 뒤 미국 무대를 노크해 볼 생각이다. 그는 "어느덧 28세이고 아직 4승이 남았는데, 최대한 열심히 해서 빨리 미국에 진출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후반기 대회를 앞두고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박지영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우승도 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가 되겠다"면서 "인성이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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