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4연승' 박준용이 아직도 15위 밖? 이상한 UFC 랭킹시스템

김식 2023.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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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UFC를 보다 보면 고개가 갸웃거릴 때가 있다. 특히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UFC 랭킹 시스템이다. 과연 이 랭킹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공정하게 산정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예를 들면 이거다. 7월 20일 기준 UFC 랭킹을 살펴보자. 정찬성, 최두호 등이 활약 중인 UFC 페더급에서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2019년 12월 맥스 할로웨이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뒤 3년 7개월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1위는 맥스 할로웨이, 2위는 야이르 로드리게스다. 할로웨이에게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로드리게스는 최근 볼카노프스키에게 도전했다가 완패했다. 그래도 최근 1년 사이 조쉬 에멧과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이겼으니 인정해줄만 하다.

그런데 3위가 오르테가라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오르테가의 전적을 다시 살펴봤다. 오르테가는 2021년 9월 볼카노프스키에게 도전했다가 패했다. 작년 7월에는 로드리게스에게도 졌다. 오르테가의 마지막 승리는? 2020년 10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판정으로 이긴 것이다. 그전 할로웨이전 패배를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를 기록 중이다. 그래도 랭킹 3위다.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최근 4경기에서 1승만 거뒀는데도 UFC 페더급 랭킹 3위다. AFP=연합


현재 랭킹 8위인 정찬성도 마찬가지다. 그의 마지막 승리는 2021년 6월에 거둔 것이다. 물론 정찬성이나 오르테가도 할 말은 있다. 최정상급 강자들과 맞서 싸웠고, 부상 등 다른 변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랭킹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이 따라붙는다.

반면 UFC 미들급에서 활약하는 박준용은 지난해 5월 에릭 앤더스전부터 지난 16일 알베르트 두라예프전까지 14개월 사이 네 번이나 싸워 모두 이겼다. 4연승은 UFC 미들급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승 기록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지난 16일 알베르트 두라예프전를 꺽고 UFC 미들급 4연승을 달린 박준용은 이번에도 랭킹에 들지 못했다. 사진=UFC


UFC 밴텀급의 강경호도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랭킹 진입은 먼 얘기다. 밴텀급 3위 헨리 세후도는 전 챔피언이지만, UFC에서 기록한 마지막 승리가 2020년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시스템이라면 박준용이나 강경호 같은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랭킹에 진입할 수 없다.

도대체 UFC 랭킹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정답은 간단하다. UFC 랭킹은 객관적인 평가나 데이터에 의해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인기투표로 정해진다.
UFC 랭킹을 결정하는 주체는 종합격투기를 취재하는 20명 이상의 미디어 회원들이다. 여기에는 ESPN 등 유력한 대중매체 구성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MMA위클리, 파이트뉴스 같은 격투기 전문 매체다.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 다양한 지역의 미디어 회원이 포함돼 있다. UFC 랭킹이 처음 도입된 2013년에는 100명 이상 투표에 참가했다. 지금은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이들은 매달 UFC 랭킹 선정을 위해 투표한다. 초창기에는 미디어 회원이 누구에게 어떻게 투표했는지 공개했다. 하지만 최근 비공개로 방침이 바뀌었다. 투표할 때 엄격하게 정해진 기준은 없다. ‘철저히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모호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승패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하지만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수의 명성과 개인적인 선호도, 그리고 친분이다. 따라서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가 랭킹에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반대로 새로운 선수가 랭킹에 진입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준용, 강경호 등 아시아 파이터에게는 더 쉽지 않다.

사실상 미국 미디어 회원들의 인기투표로 결정되는 UFC 랭킹시스템에서 아시아 선수들은 특히 불리하다. 사진=UFC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나 테니스 세계랭킹과도 완전히 다르다. FIFA 랭킹은 각 나라가 최근 4년간 치른 A매치 승점에 경기 중요도, 상대팀 실력, 대륙별 전력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객관적인 시스템에 따라 랭킹이 매겨진다.

테니스도 비슷하다. 최근 52주(1년)의 랭킹 포인트를 누적 합산, 순위를 발표한다. 최근의 성적이 좋으면 랭킹 포인트를 많이 받기 때문에 순위가 올라간다. 반면 과거 성적이 아무리 좋았어도 최근 1년 기록이 나쁘면 노바크 조코비치나 라파엘 나달이라고 해도 랭킹이 떨어진다.

FIFA 랭킹이나 테니스 랭킹과 달리 UFC 랭킹에는 인간의 주관적인 평가가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 어설픈 랭킹에 따라 선수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곧 타이틀 도전 기회나 파이트머니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어떤 선수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어떤 선수에게는 좌절스러운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UFC는 사랑받는 프로스포츠가 됐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페셔널한 스포츠가 되기 랭킹 시스템이 더 공정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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