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디지털화 촉진...데이터 인프라 대규모 확충 나선다
AI허브에 산업분야별 데이터 1100종까지 확충
AI학습용 데이터는 저작권법 침해서 면책
정부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이 용이토록, 정부의 데이터 플랫폼인 AI 허브에서 이용 가능한 데이터 규모를 크게 늘리고,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체계도 정비한다. 5대 주요 분야(물류·유통, 금융, 안전, 행정, 교육)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일상 서비스 전반의 경쟁력도 높인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2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제조업·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과 융합되는 디지털 서비스를 활성화해 국민 일상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먼저 정부 AI 데이터 플랫폼인 ‘AI 허브’ 내 데이터를 대폭 확충한다. 스타트업들이 보다 손쉽게 AI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AI허브에는 150종 산업 분야별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를 2027년까지 1100종 이상 산업 데이터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법률 등 전문분야 언어 데이터는 250종 이상 발굴하기로 했다. 벤처기업 등 스타트업이 AI허브에서 데이터 이용부터 서비스 개발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데이터 학습 시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AI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저작권 문제에 대비한 법적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기업이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서 면책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한다. 예를 들어 AI 학습을 위한 ‘크롤링 행위’(인터넷 웹사이트, 하이퍼링크, 데이터 등을 자동으로 수집·분류·저장하는 행위)는 적법한 저작물 접근에 해당한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는 식이다. AI 서비스 개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제도도 정비한다.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나선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의 서비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소득수준 향상과 기술 발달로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은 1990년 46.7%에서 2022년 70.7%로 높아졌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2020년 기준 6만42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만8300달러)의 72% 수준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구축·활용 저조,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 등이 발목을 잡는 탓에 서비스업의 디지털 서비스 활성화가 제약되고 있다.
물류·유통, 금융, 안전, 행정, 교육 등 5대 선도분야 서비스 디지털화 촉진
물류 분야에서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긴 지역이나 주요 관광지에 ‘초정밀 버스 안내 서비스’를 순차 도입한다. 카카오맵 같은 지도앱을 통해 버스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정보를 시각화해 제공한다. 드론·로봇 배송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한다. 드론·로봇을 생활물류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유통 분야에서는 ‘컬리’ 같은 주요 주류 스마트오더 앱에서 지역 보리로 생산한 수제맥주를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플랫폼과 지자체(군산시 등)간 협업을 추진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동남아 관광객이 자국의 모바일페이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사업자 간 제휴를 확대한다. 특히 중국·동남아 관광객은 제로페이 결제망을 이용해 간편결제시 여권 스캔 절차 없이 부가세를 즉시 환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한다. 소상공인 상점에는 모바일페이(간편결제) 단말기 보급을 촉진해 소비자의 간편결제 편의를 증진시킨다. 아울러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투자자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서비스)의 규제샌드박스 상정도 추진한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안전 분야에서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산업단지 근로자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실제 산업단지 제조환경과 유사한 가상환경·모의 제조환경 구현을 통해 사고요인을 사전에 감지하고 즉시 대응한다. 식품 제조·생산단계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관련 필수 정보를 QR코드에 반영해 식품 전주기 이력 관리도 강화한다. 시민들이 식의약품 관련 정보에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식·의약품 포장지에 ‘푸드QR’, ‘e-라벨’ 등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독거노인·장애인 등 신속한 응급상황 대응이 어려운 취약계층 30만 가구에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제공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 장애인 가구에 화재 감지기 등을 설치하고 온도센서로 감지한 화재 발생시 119에 자동신고하도록 하거나, 활동이 감지 되지 않으면 안부를 확인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AI를 활용해 수요자 맞춤으로 ‘아이돌보미’를 매칭하는 등 아이돌봄 통합지원 플랫폼도 구축한다.
교육분야에서는 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교육격차 완화에 나선다. 2025년까지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타 과목에도 단계적으로 확대 도입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보충학습이나 빠른 학습자를 위한 심화학습 등 맞춤학습 지원이 가능하도록 구성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을 통해 물류·유통, 금융, 안전, 행정, 교육 등 5대 선도분야에서 디지털 신서비스를 창출하고, 서비스산업 디지털화 인프라도 강화하겠다"며 "AI 로봇의 의료행위 허용 여부와 자율주행차량 사고시 책임소재 등 AI 기술 활용에 따른 주요 쟁점도 선제적으로 점검·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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