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 90%]⑥한국 소장파는 '코인투자'하는데…스웨덴에선 '준비된 장관'

오주연 2023. 7. 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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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정치인, 10대부터 정당 활동
청년위→기초의원→국회의원·장관→상임위→당대표
적극적인 정치 참여…청년 실업 문제 해결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지난 달. 지구 반대편 스웨덴의 청년 정치인들은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늘리기 위해 고용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도 최근 높은 세금 부담으로 인해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진 탓이다. 청년 취업과 일자리 문제는 선진국의 공통적인 문제지만, 스웨덴이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와 달랐다. 청년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더글라스 토르(Douglas Thor) 온건당 청년정치연합(MUF, Moderate Youth League) 의장은 지난 달 15일 스톡홀름에 위치한 MUF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은) 이슈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 3명 중 1명이 12~30세…"20대 되면 이미 정치에 익숙, 준비된 의원·장관"

사진=스웨덴 국회의사당. 정부기관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10년째 '꼴찌'인 대한민국 국회가 다시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0명 중 8~9명꼴로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 나이만 어린 게 아니라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는 청년 정치인, 제도 개혁보다 본인 스스로의 개혁을 택한 국회의원 등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정치개혁'의 방향을 찾아봤다.

84.12%. 지난해 9월 치러진 스웨덴의 총선 투표율이다. 직전 투표율 87.1%보다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60% 안팎인 우리나라 총선과 비교하면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열기가 뜨겁다. 비결은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활동. 스웨덴 정당들은 어릴 때부터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 정치에 참여시켰다.

스웨덴에선 만 12세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대학교 입시에 몰두하는 15~18세 스웨덴 정당에서 청년위원회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정당에 소속됐지만, 독립적으로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고 청년 세대의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르 의장은 "(정당 내)청년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정치인의 특징 중 하나는 청년위원회 활동을 거쳐 기초의원→국회의원·장관→상임위원장→당대표 등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현재 스웨덴 총리도 MUF 의장 출신이다. 온건당 의원 30%가 청년위원회 출신이다.

스웨덴은 정당별로 청년연합·청년위원회가 있다. 이중 가장 큰 조직이 온건당의 MUF(5만5000명)다. 온건당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표방한 정당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사회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이었다. 토르 의장은 "MUF에는 만 12세부터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데 (이들이) 온건당 전체 당원의 3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의장직을 수행하는 토르 의장의 올해 나이는 25세. 그는 "(기성 세대는)미래를 이끌어나갈 리더로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청년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 정당에 건의해 정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도록 압박한다"면서 "청년들이 더 살기 좋은 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당신이 자유를 위해 일어서지 않는다면 누가 할 것인가.'

사진=온건당 청년정치연합(MUF) 사무실 문 옆에 현 총리인 울프 크리스테르손(가운데) 사진이 걸려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도 1988년부터 1992년까지 MUF 의장을 역임했다. 스웨덴에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하고, 청년위원회 활동을 거쳐 기초의원-국회의원-상임위원장-장관-당대표-총리 등을 지낸다.
사진=더글라스 토르 온건당 청년정치연합(MUF, Moderate Youth League) 의장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청년 당원을 모집하면서 홍보 차 사용했던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당신이 스스로 자유를 위해 일어서지 않는다면 누가 할 것인가.' MUF가 청년 당원들을 모집할 때 자주 활용하는 질문이다. 연 당비는 40크로네, 한화 5000원 가량을 내면 MUF 가입이 가능하다. 당원 규모도 압도적인데, 중앙당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이 제시하는 아젠다는 사회적 울림이 크다. 청년위원회 의견을 '참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법안까지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추진해 정책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사례는 '무료학교 선택제'다.

스웨덴은 과거 거주지에 따라 가까운 학교에 배치됐지만, 무료학교 선택제가 도입되면서 원하는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는 정부가 공립-사립학교 모두에 자금을 지원해 선택지를 넓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최근에는 교사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정당들은 청년들의 당원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직접 학교로 찾아간다. 스웨덴에서는 중·고등학교를 찾아 청년 당원을 모집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각 대학교가 고등학교 교실을 찾아가 학교 설명회를 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최근 극우세력의 등장으로 교실까지 들어가 정당 홍보를 하는 것은 제약을 받지만, 학교 앞이나 휴게실 등에서 8개 정당이 본인 정당을 홍보하며 똑같은 문제에 대해서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이며 정치 참여를 유도한다. 토르 의장은 "일찍부터 민주주의에 익숙한 게 필요하다"면서 "MUF에서는 평균 16세부터 당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 훈련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MUF에서 10대 회원은 총 1만7000명에 달한다. 20대 토르 의장의 목표는 교육부 장관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2016년, 구스타프 프리돌린 전 교육부 장관이 19세에 최연소 국회의원, 32세에 가장 젊은 장관 타이틀을 쥔 바 있다.

사민당 청년단체, '90일 개런티' 제도화…청년 실업율 낮춰

사진=유베르트 아지즈 SSU(Swedish Social Democratic Youth League)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뒤로는 전직 총리이자 현 사민당 대표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사진이 보인다.

보수적인 MUF와 반대편에 선 곳은 제1당 사민당에 속한 사회민주청년동맹, SSU(Swedish Social Democratic Youth League)다. 사민당은 1889년에 창당, 오늘날 복지국가를 만든 주역이다. 직전 총리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이 사민당 당수다. 진보 성향인 사민당과 마찬가지로 SSU는 청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조한다. 모든 국민에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를 자랑하지만, SSU는 스웨덴이 '불공평'하다며 더 나은 스웨덴이 될 것을 요구한다.

지난달 16일 SSU 사무실에서 만난 유베르트 아지즈(Youbert Aziz·32)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청년 실업 문제에 있어서 직업 교육 강화, 지자체의 지원 확대, 복지예산을 통한 고용을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SSU에는 만 13세부터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데 전체 비중의 80%가 만 15~21세다. 이들이 제시하는 청년 문제에 의회가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 중 하나다. SSU가 제안한 정책이 법안으로까지 구체화된 사례로는 '90일 개런티'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학교 졸업 후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에게 90일 이내 도움을 줘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2014년 정당에 요구, 정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청년 실업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이민자 문제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아지즈 담당자는 청년 정치인을 양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부자와 빈자, 고용주와 피고용주 등 입장에 따라 관심사도 다르고 원하는 방향도 다르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살 사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를 꾸려나간다는 차원에서 젊은 정치, 청년 정치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SU도 학교 등을 찾아 설명한다.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불편한 점이 있나''교통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며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정치라는 점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고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대해 "정당을 떠나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지자들에게 충실해야 한다"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고, 자기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청년들과 청년 정치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정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노력해야 얻게 된다. 또한 참여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톡홀름=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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