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개방 길 열린다…정부, 가명정보 활용 확산 나선다
가명정보 활용 절차 합리화
양질의 공공 데이터 제공…AI·의료 활용↑
그동안 민간 기업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던 공공기관의 가명정보 활용이 한층 쉬워진다. 인공지능(AI) 기업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길이 열려, AI 학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일부를 삭제·대체해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를 말한다.
정부는 ▲가명정보 활용을 위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해소 ▲가명처리·결합 절차 이행부담 및 제약요인 개선 ▲가명정보 활용 인프라·지원 ▲ 가명정보 재식별·유출에 대한 안전성 확보 등 제도 활용 현장에서 제기돼 온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한다.
양질의 데이터 제공·공유 확대
그동안 대량의 공공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공데이터를 가명처리해 제공하는 과정에서 내부절차 및 담당인력 부재, 가명정보 제공 유인 부족 등으로 민간 기업, 연구자 등의 가명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활용 촉진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공데이터를 가명처리해 공공·민간에 제공·활용이 가능하도록 '공공데이터법' 및 '데이터기반행정법' 개정했다.
내년에는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평가’, ‘데이터기반행정 실태점검’ 등 공공기관 평가기준에 가명정보 제공·활용 관련 평가항목을 신설한다. 평가 결과는 ‘정부업무평가' 및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법률개정 추진 및 평가기준 신설 등은 공공기관이 가명정보를 활용할 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가명처리해 민간기업 및 연구자 등에게 적극적으로 개방·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의 급격한 성장으로 활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영상·음성·텍스트 등 비정형데이터에 대해 가명처리 원칙, 식별 위험성 점검기준, 가명처리 방법·사례 등을 구체화·세분화해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예정이다. 의료인 관찰·입력 텍스트, 음성정보 등 보건의료 분야 비정형데이터에 대해서도 기술발전 수준, 강화된 안전조치를 전제로 활용 가능성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한 데이터 활용체계도 고도화한다. 자율주행차, 로봇 등 이동형 영상기기가 촬영한 영상을 AI 학습 등에 활용할 때 익명처리 등을 요구함에 따라 AI 학습데이터 품질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영상데이터 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등 실증특례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가명처리된 영상을 통해서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 등의 신뢰성 확보가 곤란한 경우에 한해서다.
가명정보 활용 절차 합리화
정부는'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법' 간 상이했던 전문기관 지정 기준을 합리화하고 결합신청 절차 및 양식을 합리적으로 표준화·간소화함으로써 양 법률간 차이로 인한 데이터 수요자의 불편을 해소한다.
또한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들이 자신이 보유한 가명정보를 결합해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자체결합 허용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데이터 제3자 제공실적에 비례한 자체결합 허용, 자체결합 적정성 평가시 경쟁기관 참여 의무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정부는 현장에서의 가명정보 활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명정보 처리·제공 과정에서의 법적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다. 관련 내용은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가명정보 활용지원 확대
정부는 데이터 처리의 환경적 안전성을 높임으로써 개인·가명정보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안심구역’ 을 시범 도입한다.
제로 트러스트 보안모델 기반의 안전조치, 사전·사후적 데이터 처리과정 통제 등 환경적 안전성을 갖추면, 기존에 사실상 제한돼 왔던 다양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는 제도이다. 제로 트러스트는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전제로, 내부사용자에 대해서도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데이터 처리 과정 전체를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안모델이다.
아울러 가명처리 전수검사에 시간·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영상, 음성 등 비정형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전문심의위원회가 검증한 가명처리 SW를 적용하고 샘플링 검사를 거치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PET(프라이버시 향상 기술)를 실제로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프라이버시 위험을 낮추면서도 데이터의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PET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기존 제도적용이 모호하거나 안전성을 검증해주는 체계가 없어,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안심구역 내에서 전문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검증 하에 PET를 적용한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함으로써 PET를 활용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PET 실증사례를 축적·연구해 제도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명처리 역량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데이터 활용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지역 중소·스타트업의 데이터 활용지원을 위한 ‘가명정보 활용지원센터’를 추가 구축하고, 지역별 특구·산업단지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의 데이터 활용성을 높인다. 또 가명정보 전문인력 양성 교육 강화를 통해 2026년까지 4000명의 전문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가명정보 활용 절차의 안전관리 강화
정부는 AI 등 신기술 대응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기술 연구개발(R&D), 개인정보 안전활용 지원 기술 R&D 추진을 통해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지원한다. 또 수시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데이터 처리기관에 대한 분기별 점검을 확대하는 등 데이터의 민감성과 가명처리·결합 과정의 위험성 등을 종합 고려한 개인정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가명정보 제도 도입 이후 다양한 성과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간 가명정보 제도 활용 현장에서 제기되어 온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방안을 시작으로 국민 신뢰기반의 데이터 신경제 창출을 위한 ‘업그레이드된 규율체계’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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