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협상 또 불발”…유업계-낙농가, 양쪽 모두 벼랑 끝에 선 배경
ℓ당 69~104원 수준서 논의 중
낙농가 “생산비 반영돼야” 토로
유업계 “우유소비 줄고 고물가에 부담”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 폭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낙농가와 유업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더 올리려는 낙농가와 덜 올리려는 유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협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21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진행 중인 원유 가격 협상을 지난 19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소득 없이 논의를 마쳤다. 결국엔 이날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원유 가격 협상이 오는 24일로 재차 연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이달 19일 원유 가격 결정 협상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지만 낙농가와 유업계 간 추가 협의 내용이 있어 쉽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추가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업계는 통상 7월께 원유 가격 인상률이 결정되면 그 다음 달인 8월에 이를 반영, 제품 가격을 인상해 왔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49원 올랐을 때 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이 2800원 안팎으로 인상됐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돼야 업체별, 제품별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 있다”며 “원유 가격 인상이 최소 폭으로 결정된다면 원유 비중이 높고 낮은 제품을 나눠 소비자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격 인상 비중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낙농가는 불어난 생산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국제 곡물 가격 급등 및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 상승 등을 근거로 최대한의 인상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낙농가는 곡물 가격 전망도 어두워 사룟값 부담이 예상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했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와 남부와 동부 지역을 대규모 공습했기 때문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료가격이 많이 올랐다. 996원 원유가격 중 생산비가 115원 정도”라며 “원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낙농가에서 원유 생산 기반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국산 원유 없이 수입산 원유만 있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유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이 심화되며 우유 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낙농가 생산원가를 반영해 오른 가격으로 과잉생산된 물량을 무조건 사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와 원가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수요를 반영해 원유를 사들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렵다”며 “시장 상황이나 수요,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가운데 낙농가들은 원유값 올려달라고 하고, 인상폭도 높으니 협상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첨예한 입장차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도 빠른시일 내 협상이 마무리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지난해에도 9월 중순부터 원유 가격 협상을 개시해 11월3일 구체적인 인상 폭을 결정했고, 같은 달 17일에서야 제품 가격에 반영한 바 있다.
다만 곧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는 의견도 있다. 통상 명절에는 서민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비축 물량의 시장 방출을 확대하는 등 물가 안정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상 가격을 조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유업계는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 10여 곳에 유제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유업계를 압박했다. 라면업계를 시작으로 물가 단속에 나선 정부가 다음 관리 대상으로 유업계를 지목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9월 말에 추석이 있으니 정부 측에서는 이후에 인상되는 걸 바랄 테고 낙농가입장에서는 최대폭의 빠른 협상을, 유업체 입장에서는 빠른 협상보다는 최소폭으로 인상되는 게 중요하니 24일에 회의하더라도 협의점을 찾기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비만 감안해서 결정되는 원유가격도 문제”라며 “당장 2026년부터는 우유 관세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국산 원유의 경쟁력이 더 없어지니 모두가 위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화영, 모든 혐의 뒤집어 쓸 수 있다 판단…제2의 유동규 될 것, 이재명 소환 임박" [법조계에
- 가수 청림, 대장암 투병 중 별세…향년 37세
- 유승민 "신당 만들지, 남을지, 무소속 나올지…백지 상태서 생각 중"
- "미친개라고 생각해" 카페 女주인 끌어안고 만져댄 건물주 70대男
- 유인태 "'총선 얼굴' 이재명 바꿀 수 있는 게 민주당의 카드"
-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 열었지만, 여전히 '평행선'
- 한동훈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통상적인 결과 나올 것"
- 거주자외화예금 51억 달러↓…원·달러 환율 상승 탓
- 극장가에 부는 팬덤 열풍, 이번엔 뮤지컬 스타다 [D:영화 뷰]
- ‘외인에 엇갈린 희비’ KB손해보험, 한국전력 상대 2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