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증권사들, 사업 확대 추진은 ‘제각각’
8조 넘은 한투 신중...4조 키움은 오너리스크로 제동
최근 자기자본 규모가 증가한 증권사들이 몸집에 걸맞는 사업 확대 추진에는 각기 다른 모습이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옥까지 매각해 자기자본을 늘리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조건을 충족하고도 외부적인 요인때문에 추진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내년 상반기 중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신청하기로 하고 이에 맞는 조건 충족을 위해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 배당과 보유자산 일부 시가평가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종투사는 별도기준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을 넘어야 하는데 대신증권의 현재 자기자본 규모는 2조500억원 수준으로 이를 늘려 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9개사다.
대신증권이 종투사 지정에 힘을 쏟는 것은 그만큼 사업 기획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종투사에 지정되면 투자자의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최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기준이 완화된 외화 일반환전 업무도 가능하다. 그동안 일반환전의 경우,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종투사가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은 경우 기업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는데 금융당국은 지난 4일부터 종투사들에게도 외화 일반환전 업무를 허용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대신증권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증권사지만 대형과 중소형사 사이의 중견 증권사로 포지션이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이에 자본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 성장의 속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지난 4월 어머니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양홍석 부회장의 입지 강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규모의 경제에 따라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증권사들의 몸집 키우기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간극이 더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 조건을 충족했지만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기자본 규모가 8조원을 돌파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3400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후 8조1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종합투자계좌(IMA) 관리 업무가 가능해 진다. IMA는 투자자가 예탁한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로 증권사는 관련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을 신탁한 후 수익증권을 발급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가능해지며 현재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 한도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사업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유상 증자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서면서 해당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갖춰졌지만 아직 IMA나 부동산담보신탁 등 신규 사업 진출된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린 곳도 있다. 지난해 5월 금융위로부터 종투사 인가를 받은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하면서 초대형 IB 인가 신청이 가능해졌지만 지난 4월말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어렵게 됐다.
회사는 전략기획본부 내 초대형 IB 전담 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연내 신청이 유력했지만 오너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사태로 구속된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와의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당분간 어렵게 됐다. 초대형 IB 인가 조건에는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규모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와 대주주 적격성 등도 포함되는데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몸집을 불려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각 사별 상황이 향후 사업 확대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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