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지각변동]②디폴트옵션발 340조 머니무브…TDF 초고속 성장
디폴트옵션 이해도 높아지면 자금 이동 본격화 전망
TDF 상품으로 자금 몰려 순자산 10조원 돌파
은행·보험사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수익률에서 증권사가 앞서 나가면서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분기 DC형 평균 수익률 증권 6.72%, 은행 6.27%, 보험 5.88%
2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대상인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최근 1년간 업권별 운용 수익률은 증권사>은행>보험사 순으로 나타났다. 2분기 말 원리금 비보장 기준 DC형의 평균 수익률은 증권 6.72%, 은행 6.27%, 보험 5.88% 수준으로 나타났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8.54%로 선두를 달렸다. 현대차증권(8.21%)과 한화투자증권(8.01%)도 8%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NH투자증권(7.34%), 미래에셋증권(6.69%), KB증권(6.66%), 대신증권(6.64%), 하나증권(6.23%), 신한투자증권(6.05%), 신영증권(6.03%), 하이투자증권(6.01%), 유안타증권(5.55%), 한국투자증권(5.50%)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익률 영향으로 퇴직연금 적립 규모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338조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이 174조9013억원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증권사는 76조8838억원, 보험사는 86조5809억원이다. 2분기에는 은행 적립금이 4조4869억원(2.6%) 증가한 179조3882억원에 달했다. 보험 적립금은 6915억원(0.8%) 증가에 그쳐 87조2724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증권사 적립금은 2조2696억원(3.0%) 늘어나 79조1534억원에 이르렀다.
그동안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건 대다수 근로자가 직장에서 거래하는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굴리고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적합했다. 그러나 공격적으로 운용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젊은 투자자가 늘면서 증권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디폴트옵션이 머니무브를 촉발하고 있다. 증권가는 노후 대비에 고수익 상품이 필수라는 인식과 디폴트옵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로 퇴직연금 머니무브
디폴트옵션 시행 첫날 기준 자본총계 기준 상위 6대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증권)에 따르면 2분기 각 사의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유입된 퇴직연금 금액은 약 92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대비 약 84%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아직은 예·적금 위주의 초저위험 상품군에 유입된 자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낮아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월 말까지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200만여명 중 177만여명이 초저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적립금도 9393억원으로 전체의 85.2%를 차지했다.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에는 각각 9만여명(806억원), 8만여명(488억원), 6만여명(332억원)이 가입했다. 1~6월 수익률은 초저위험이 2.26%로 가장 낮았고 저위험 4.23%, 중위험 6.09%, 고위험은 8.88%를 기록했다. 6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고위험 상품 10개 가운데 8개가 증권사에서 나왔다. 수익률 면에서 증권사가 압도적이라는 인식이 퍼질수록 머니무브가 거세질 전망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투자자는 애초 투자성향이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마침 지난해 도입 초기 은행 예·적금 금리도 4%대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초저위험 상품 가입 수요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직접 투자를 경험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쌓여 퇴직연금 자금에 대해서도 좀 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TDF 상품이 퇴직연금 머니무브 이끌 전망
퇴직연금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투자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대부분이 TDF로 선정됨에 따라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돼서다. 이에 따라 TDF 상품이 퇴직연금의 머니무브를 이끌 전망이다.
2016년 도입된 TDF는 가입자의 목표 은퇴 시기에 맞춰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다. 보통 상품명 뒤에 '2040' '2055' 같은 숫자가 붙어있는데, 자신의 은퇴 예상 연도에 맞춰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20∼30대에는 위험자산 비중이 높다가 은퇴 시점에 근접할수록 점차 낮아지는 '글래이드패스(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 방식으로 설계된다.
국내 시장의 TDF 성장세는 가파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TDF 누적 순자산 금액은 11조원에 이르렀다. 이 중 연금 클래스는 10조원을 돌파했다. 10조원 중 연금 비중이 92.3%를 차지했다. 연금에서도 퇴직연금은 8조1000억원(73.7%), 개인연금은 2조원(18.6%)에 달했다. 문유성 금투협 연금 부장은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퇴직연금 내 TDF 적립금은 해마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가 대표적인 실적배당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누적 수익률 역시 양호하다. 2018년~2023년 1분기의 누적 수익률은 TDF가 15.7%, 원리금보장상품이 9.1%를 기록했다. 문 부장은 "운용성과 측면에서 TDF는 해마다 해외 주식형 펀드와 국내 채권형 펀드 사이의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기록했다"며 "증시 상승기에는 글로벌 주요 지수와 동조화돼 수익을 시현하고, 증시 하락기에는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시행 전날인 이달 11일까지 기준으로 올해 수익률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이 14.97%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온국민TDF2055'가 14.77%로 2위를 기록했고, '키움히어로즈TDF2050'과 '삼성KODEXTDF2050'은의 수익률은 각각 13.53%, 12.92%로 집계됐다. 최근 2년간 기준으로 보면 KB온국민TDF2055(22.4%),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5(14.9%), 한국투자TDF알아서2050(14.1%) 등이 높은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석진 금투협 산업시장본부 본부장은 "TDF는 국내 최초의 연금 특화형 상품으로,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고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장기·적립식이라는 연금투자의 속성에 TDF가 잘 부합하며,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국민들의 연금자산 증식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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