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노리는 네이버 vs 지지부진한 카카오…희비 엇갈린 주가
기관·외국인, 카카오 팔아치워…실적 부진에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까지
동반 부진에 빠졌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토종 AI' 출시를 앞두고 반등을 노리는 반면, 카카오는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20일 20만4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3개월(4월20일~7월20일) 동안 6.84% 상승했다. 이와 달리 카카오는 5만500원에 마감, 같은 기간 13.82% 떨어졌다. 이 기간 연기금(1035억원)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가 네이버 주식을 총 32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와 달리 기관(-1357억원)·외국인(-1173억원)은 카카오를 팔아치웠다. 개인 투자자만 2642억원을 순매수했다.
한때 '국민주'로 불린 네이버와 카카오 두 기업은 주식시장이 역대급 호황기였던 2021년 6~8월 사이 각각 상장 이래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2년여 동안 나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네이버는 고점(46만5000원) 대비 약 56% 하락했고, 카카오는 고점(17만3000원) 대비 무려 71%나 떨어졌다.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뛰어들어 각종 서비스를 내놨지만, 국내 대표 IT기업이자 성장주로 꼽혔던 두 기업은 AI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네이버는 반등을 꾀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오피스, 네이버TV, 네이버 나우, 네이버 영화' 등 사업성이 떨어졌던 서비스들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또 내달 중 '하이퍼클로바X'라는 명칭의 토종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창사 이래 지난 20년 동안 명실상부한 1위 포털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해온 만큼 관련 검색 노하우를 AI에 적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연간 영업이익도 지난해(1조3050억원)를 저점으로 올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AI 공세에 따른 네이버 점유율 하락 우려는 과도하다"며 "한국어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보유 측면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며,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의 다양한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도 "검색 및 커머스, 콘텐츠 등 주요 사업에서 확보된 막대한 데이터 가치와 이를 통해 사용자별 타켓팅된 구독경제 기반의 맞춤 서비스가 견고하게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AI 기술과 서비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네이버를 매수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관련 인터넷·게임 업종의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와 달리 카카오 주가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지만, 광고 매출 회복이 경쟁사에 비해 더딘 편이고 웹툰 등 콘텐츠 사업도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다. 에스엠 인수에 따른 연결실적이 2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인데, 관련 비용 및 상각비가 늘면서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더구나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악재가 겹쳤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 가능성도 있다. 이에 최근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목표가를 줄줄이 내리는 추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증가와 더딘 광고 매출 회복으로 올해는 (지난해 대비) 6%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는 2024년부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기대했던 카카오톡 개편을 통한 광고 매출 성장이 매크로(거시경제) 영향으로 둔해졌다"며 "카카오의 하반기 및 내년도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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