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수신경쟁]①4%대 예금·5%대 파킹통장…은행·증권사·저축은행까지
은행·저축은행·증권사 등이 시중 부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수신 고지전(高地戰)'을 벌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상승, 예대율 규제 원상복귀 등으로 자금조달이 필요해진 시중은행에선 자취를 감췄던 4%대 예금상품까지 재등장했고, 저축은행과 증권사들은 수시입출금통장,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파킹통장 금리를 높이며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1년 만기에 최고 연 4.2% 금리(20일 기준)를 제공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의 경우 '헤이(Hey)정기예금'과 'Sh첫만남우대 예금'이 각각 최고 연 4.0%, 4.02%다.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도 최고 연 4.0%의 금리를 제공 중이다. 이는 저축은행들의 예금 금리를 웃도는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01%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예금도 4%에 육박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대표 1년 만기 예금 상품 금리는 연 최고 3.70%~3.90% 수준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올원e예금이 3.90%, KB Star 정기예금이 3.71%,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3.73%,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이 3.7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당국이 완화했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예대율 등 유동성 규제를 이달부터 다시 조이기 시작해서다. 은행으로선 규제 준수를 위해 자금 확보가 시급한 만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도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주로 은행채 1년물 금리를 반영해 책정되는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4월19일 기준 3.554%에서 7월19일 기준 3.837%까지 올랐다.
은행권의 공세에 수신규모가 축소된 저축은행도 조금씩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4.01%로 월초(3.98%)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들은 무엇보다 '파킹통장'으로 불리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금리를 높여 대응하고 있다. 이자지급에 필요한 비용은 정기예금보다 낮은 편이나 상품 특성상 빠르게 조달이 가능한 까닭이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부터 파킹통장 금리를 연 3.50%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파킹통장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터넷전문은행의 파킹통장 금리 대비 1.0~1.5%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외 OK저축은행은 잔액 100만원 이하에 우대금리 포함 연 최고 5%의 금리를 제공하는 'OK읏백만통장Ⅱ', 다올저축은행은 잔액 1000만원 이하에 우대금리 포함 4%의 금리를 주는 'Fi커넥트 통장' 등의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증권사 역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시중은행·저축은행의 수신상품과 경쟁 중이다. 특히 상반기엔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은행·저축은행의 수신금리 인하로 3%대 중·후반의 수익률을 주는 CMA계좌의 인기가 크게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반기 말 기준 CMA 잔액은 68조4902억원으로 지난해 연말(57조5036억원) 대비 19.1%(10조9866억원)이나 증가했다. 최근엔 수신금리 인상 영향으로 잔액이 줄고 있지만, 아직 3%대 중반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만큼 은행·저축은행 파킹통장과의 경쟁구도는 그대로다.
이외 증권사 유사상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말 출시한 종합투자계좌인 '슈퍼(Super)365 계좌'는 출시 7개월만에 예탁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CMA계좌와 유사하게 환매조건부채권(RP) 자동 매수·매도 기능을 추가해 예수금에 대한 일복리 이자수익을 제공한다. 주식투자 후 남은 금액을 매일 야간 발행어음형 CMA로 자동송금해 수익금을 지급한 뒤 다시 주식통장으로 옮겨두는 KB증권의 '예수금 자동 저금통' 서비스도 가입금액 30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예금 금리는 전년 수준까진 아니겠으나 당분간 소폭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도 수신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을 올릴 수밖에 없고, 증권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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