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태산인데 두 달째 ‘폐점휴업’…‘식물 과방위’ 전락
與 “시행령, 법으로 막겠다니 ‘정쟁’ 안 돼”
野 “논의도 못 하게 막는 게 국회냐…할 일 하자”
차재원 “尹, 총선까지 입법 안 해도 생각…‘공전’ 오래 갈 것”
현안이 산적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수개월째 ‘폐문휴업’ 상태다. 국회법에 따라 매달 최소 2회 이상 위원회를 열어야 하지만, 여야 자존심 싸움에 밥값조차 못하고 있다. 위원회를 열어야 최소한의 논의가 이뤄질 테지만, 문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빠른 처리에 합의해주면 각종 현안 질의 개최에 동의하겠단 태도지만 야당은 국민의힘이 과방위원장을 앞세워 대통령과 정부의 입맛에만 맞는 사안을 다루겠다는 이기적인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새롭게 선임된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소관 기관 상견례는 물론 업무보고조차 두 달째 받지 못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국민적 주목받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과방위 ‘폐점휴업’ 사태로 담당 상임위인 과방위가 아닌 정무위에 출석해 대국민 보고를 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21일 현재 과방위 소속 여야 간사 간 소통은 원활치 않다. 지난 4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과방위원장 주재 간사 간 협의를 진행하고 10차례 넘는 실무자 협의를 했지만, 협의 지점을 찾지 못했다. 대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9일과 20일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각 당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냈을 뿐이다.
여야는 과방위가 ‘식물 상임위’로 전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각각 서로의 책임으로 몰고 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추진을 위한 공청회 및 소위원회 개최에 합의까지 해줬다”며 “KBS 수신료 문제와 방통위 구성·운영 난맥상 문제가 있어 최근 낸 법안의 소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는데 절대 못 받겠다고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조 의원은 “국민적 관심 사안을 소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절대 못 받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우리가 소위에서 일방적 처리한다고 해도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거부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논의조차 못 하도록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을 막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정쟁을 위한 정쟁이라면서 비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일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한쪽에서는 전기료와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완전히 법으로 묶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완전히 싸우자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아울러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물론 과방위에 쌓인 현안이 적은 것도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롯해 방통위원장 지명,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까지 해결하고 풀어야 할 사안이 쌓였다. 또 알뜰폰 개정 법안 등 민생 법안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혔던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 등도 공청회 등을 열고 논의해야 한다.
정치평론가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방송이 국내 정치 지형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야가 판단하고 있어 ‘방송법’ 등의 현안을 두고 과방위에서 더욱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이라며 “과방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못 찾고 대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4월 총선까지는 입법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총선에서 승리한 후에 원하는 입법을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더욱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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