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통령 뜻대로 지명하나"…'김명수 후임' 임명 틀 바꾸려는 野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사법 수장이 순차적으로 바뀌는 시기를 앞두고, 사법 수장 임명 틀 자체를 바꾸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판사 출신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지명 문제, 후보추천위원회가 대안’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최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들 법안은 대법원장·헌재소장을 임명하기에 앞서 각계 인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 헌법은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는데, 법을 개정해 대통령 인사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및 헌재소장은 행정부 수장 대통령과 대등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제도는 대통령 1인의 의중에 따라 후보자가 지명돼, 국민주권주의 및 견제와 균형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참석했는데, 박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부’ 밑에 입법·사법·행정이 있다”며 “명확한 3권분립 정신을 구현하기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 때 (개정)하지, 왜 그때는 못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대통령 선의에 기대는 과거 방식이 국민의 권익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제는 냉철히 돌아보고 보완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최근 “올해 하반기 들어 윤석열 정권의 사법부 장악력이 세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9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의 임기를 마친다. 11월에는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도 종료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오석준·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을 임명하며 대법원을 ‘중도·보수 7명 대 진보 6명’ 구도로 바꿨다. 남은 임기 동안 9명의 대법관이 더 교체된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과거 사법농단의 ‘양승태 대법원’ 시절로 돌아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이 이재명 대표 등 야권 인사를 줄줄이 기소하면서, 사법부의 결정권이 커졌다는 게 야당의 고민이다.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이나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진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쳤던 사법부 구성이 바뀌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민주당 기류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야당은 삼권분립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은 행정부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헌법상 국가 원수 자격으로 하는 것”이라며 “문제라고 인식했다면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제도를 왜 바꾸지 않았나. 진실성도 없고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현실적인 의구심을 나타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추천위 사례를 거론하며 “추천위 제도가 취지에 맞게 성공적으로 운영된 선례가 별로 없는 데다, 여야 협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과연 관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전원 교수도 “과연 (추천위) 구성원이 탈정치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법안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되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사위 관계자는 “하반기가 되면 대법원장 임명 동의를 해주지 않으려는 야당과 여론으로 임명을 압박하는 여당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사법 수장이 공석인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성지원ㆍ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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