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골프' 김영환 '늑장'…"엑스맨이냐" 재해 때마다 與 골치
전국적인 재해가 덮친 상황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잇달아 설화(舌禍)를 빚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중호우가 커지던 지난 15일 대구에서 골프를 쳤다. 홍 시장은 “주말에 골프 친 게 죄냐”라며 항변했지만, 화를 키운 건 홍 시장 입이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고 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진상조사에 나서고 당 중앙윤리위원회까지 징계 논의에 착수하자 홍 시장은 19일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0일에도 홍 시장은 윤리위에 사과문을 보내고 “일도 못 하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트집 잡는다”(지난 18일 페이스북)라던 메시지를 삭제했지만, 윤리위는 회의를 열어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에서 엄중한 분위기를 반영한 징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해 직격탄을 맞은 충청북도의 김영환 지사도 논란을 일으켰다. 14명이 숨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태 수습이 한창이던 15일 김 지사는 늑장 대응을 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 44분 첫 보고를 받은 김 지사는 곧장 오송으로 가지 않고 괴산댐 월류 현장을 들렀다가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20일 오송 지하차도 사고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송에서)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가) 거기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재난 상황 컨트롤타워인 도지사가 어떻게 가도 바뀔 게 없다는 식의 망언을 할 수 있느냐”(이경 상근부대변인)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김 지사의 논리라면 김 지사가 그 자리에 있어도 충북에 바뀔 것이 없다”며 “책임은 싫고 권력만 누릴 생각이라면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지사는 20일 오후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그분들을 살리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앞서도 국민의힘은 전국적인 재해 때 광역단체장의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 3월 30일 충북 제천에서 산불이 발생한 날 충주의 한 가게에서 술을 먹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 지사는 “지사가 가면 진화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산불 현장에 가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음주한 다음 날인 3월 31일엔 강원 홍천에서 소방대원 117명이 투입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같은날 김진태 강원지사는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당시 강원도청은 “김 지사가 1시간짜리 연가를 내고 조퇴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연가신청일이 4월 3일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졌다.
국민의힘에선 “광역 단체장의 잘못으로 당이 후폭풍을 맞는다”는 불만이 크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단체장들이 부정적인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지방 단체장은 웬만하면 언론 노출도 잘 안 되는데, 최근 부정적인 논란 거리만 만들고 있다. 일부 단체장은 엑스맨 같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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