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위험 큰 '도시-야생' 경계지…그곳에 세계인구 절반 산다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7%를 야생과 도시 사이의 경계 지대(wildland–urban interface, WUI)로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WUI 내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5억 명이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과 이스라엘 하이파-오라님 대학,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0년 기준의 전 세계 야생-도시 경계지역 지도를 작성해 공개했다.
개발로 서식지 훼손 일어나는 곳
토지 관리자, 정책 당국자가 WUI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WUI 개념으로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에는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소스의 자료를 모아서 전 세계 WUI 지도를 10m 해상도로 작성했다.
연구팀은 토지 1㎢당 건물이 6.17개 이상(40에이커당 1개 이상) 들어서 있는 지역이면서, 야생 식생 면적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을 WUI로 규정했다.
다만, 도시와 직접 접촉하는 '인터페이스 WUI'도 별도로 구분했다.
인터페이스 WUI는 ㎢당 건물이 6.17개 이상이면서, 야생 식생 면적 비율은 50% 미만이고, 2.4㎞ 거리 이내에 숲이나 초지(식생 비율이 75% 이상이면서 면적이 5㎢ 이상)가 있는 지역이다. 2.4㎞(1.5마일) 거리는 산불 불씨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인도 크기의 두 배에 해당
이는 전 세계 도시 면적보다 훨씬 크고, 인도 크기의 두 배에 해당한다. 남한 면적의 63배다.
이 면적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운 35억 명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식생이 혼재된 '혼합 WUI'에 17억 명이, 인터페이스 WUI에 18억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WUI 내에는 전체 지상 식물 바이오매스 가운데 4.1%만이 자라는 것으로 집계됐다.
WUI 비율은 지역 별로 차이가 나는데, 남미에서는 WUI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유럽에서는 15%를 차지한다.
또, 유럽과 아시아는 인터페이스 WUI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북미에서는 혼합WUI가 우세한 편이다.
한국은 국토의 47%가 경계 지역
이에 비해 일본은 28.5%, 중국은 6.5%, 미국 11.4%, 영국 36.2%, 독일 37.3%가 WUI였다.
연구팀은 "WUI에서는 산불 발생이 일어나고,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하는 곳이고, 인간과 환경의 갈등이 벌어지는 곳"이라며 "기후 변화에 따라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접촉함으로써 질병 확산이나 생태계 파괴의 기회가 더 많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3~2020년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집에서 1㎞ 이내에서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의 3분의 2 이상이 WUI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에서는 산불의 영향을 받은 인구의 85%가 WUI에 살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 비율이 55%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WUI에서 미래의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사람의 개발 행위로 인해 WUI 내에서 물 흐름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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