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이 왜 어린이보험 가입해?…금감원이 던진 이 질문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어른이(어른+어린이) 보험’이 사라진다. 19일 금융감독원이 “어린이 특화 상품답게 운용하라”며 제동을 걸면서다. 최대 가입연령이 15세를 초과하는 상품에는 ‘어린이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 골자다.
어린이보험은 질병 발생 가능성이 적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보험료가 약 20% 저렴하고 보장 범위가 성인보험보다 넓다. 2000년대 출시 당시에는 0~15세 사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종합보험이었지만,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이 가입 연령을 경쟁적으로 높였다. 2018년엔 서른까지, 지난해에는 서른다섯까지 가입이 가능해졌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령(2020년 31세, 인크루트 조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사회초년생이 가성비 보험을 찾으면서 ‘어른이 보험’으로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5조 8256억원, 연령을 늘리기 시작한 2018년(3조 5534억원) 대비 63.9% 성장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 가입률이 낮은 2030 세대를 끌어와 묶어두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가입 연령이 젊은 데다 최대 100세 만기로 가입 기간이 길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판매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가 추정하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됐고, 만기가 긴 상품일수록 유리한 수치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어린이보험의 본질에서 점차 멀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입연령이 높아지면서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등과 같은 성인질환 담보가 불필요하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가입 연령에 제동을 건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인 대상 보험과 어린이보험 사이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상품 설계가 변질했다”며 “어린이가 아님에도 어린이로 가입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어린이보험 만기를 최대 20년으로 줄여 어린이 특화성을 더욱 키우는 안도 논의됐으나,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집집마다 자녀 수가 줄고(2021년 0.808명)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2021년 83.6세), 자녀가 살아가는 동안 보험이 유지되길 바라는 부모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했다”며 “가입 연령에 제한을 거는 조치만으로도 어린이보험을 어린이 특화 상품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는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 담보 구성을 15세 이하에 맞게 바꾸고, 어린이보험에 몰렸던 2030 수요를 고려해 별도 특화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자녀들이 처음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니 애초에 특약이 비교적 많은 편이긴 하지만, 기존 20~30대 청년들이 가입하는 담보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구성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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