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아준' 中 BOE...디스플레이 소송전에 韓 업계 '방긋'

임채현 2023.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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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BOE 특허 소송 이슈 눈길
삼성전자, BOE 대체 공급망 물색
핵심은 'OLED 주도권' 쟁탈전
삼성디스플레이가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3에서 선보인 '플렉스 인앤아웃'ⓒ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주도권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그 반사이익으로 향후 패널 시장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소송전으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BOE에서 공급받는 LCD 패널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애플 아이폰 OLED 시장에 큰 변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BOE로부터 공급받는 패널 조달을 줄이기로 하고 대체 공급망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단가 인하 차원에서 논의했던 스마트폰용 OLED 협력 방안도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BOE와의 거래 축소를 고민하는 데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소송전과 연관이 있다. BOE는 지난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 혐의로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사의 OLED 패널 기술을 베꼈다는 것이 이유다.

문제는 사실관계가 뒤바뀌었다는 데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자사에서 개발한 아이폰 12 OLED 디스플레이 특허를 BOE가 무단 도용한 사안을 인지하고 소송을 준비하던 도중 BOE가 선수를 친 것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동부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낸 상태다.

일각에서는 BOE가 이같은 무리수를 둔 것을 두고 향후 OLED 시장에서의 입지 확장을 노린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LCD 시장을 장악한 BOE가 최근 애플의 OLED 공급망에도 포함되면서 OLED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 1분기 출하량 기준 세계 OLED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7%,BOE(21%), LG디스플레이(11%) 등의 순이다. BOE 입장에서는 자사 LCD 패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의 마찰을 감내하면서까지 OLED 추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소송전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BOE에 대한 패널 물량을 줄이면서 일본 샤프,이노룩스, LG디스플레이 등 기타 업체들이 다소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LCD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이기에 LG디스플레이의 수혜 기대는 다소 근거가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TV용 LCD 패널의 10.9%를 BOE에서 공급받았다. 지난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중단하면서 TV, 모니터 등에 탑재하는 LCD 패널을 BOE, CSOT, AUO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나아가 당장 표면적인 LCD 패널 수혜를 떠나, BOE가 추격하는 OLED 시장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점이 사실상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 TV에 적용되는 BOE LCD 패널을 줄이고, 삼성·애플 스마트폰에 적용될 BOE OLED 물량을 줄이면 결국 해당 물량에서 특정 비중을 국내 업계가 흡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소송전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주도로 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찾아올 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소송이 애플 아이폰 OLED 시장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송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승소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BOE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BOE의 입장에서는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삼성의 특허 기술을 구매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아울러 만일의 경우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장에서는 크게 잃을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의 관계를 고려해 BOE에 직접적 특허소송을 자제해 왔으나 먼저 BOE측이 소를 제기하면서 향후 '특허 보호'에 대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2월 BOE가 아닌 미국 수입-도매업체 17곳을 상대로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할 것"이라며 "아이폰 패널 공급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BOE를 직접 저격하긴 어려웠으나 먼저 BOE가 판을 깔아주니 앓던 이가 알아서 빠진 셈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올해 초 BOE에 할당됐던 아이폰15 초도물량이 홀 디스플레이 빛샘 현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는 것도 국내 업계에는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해당 물량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라는 국내 OLED 양강 체제를 위협하는 BOE와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점유율 81.3%를 기록했다. 중국이 그 뒤를 이어 17.9%다.

한편 정부는 20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초격차 확보를 위해 용인 등 7곳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OLED를 포함해 Micro LED, Nano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전ㆍ후방 중소ㆍ중견기업들을 집적해 경쟁력 있고 튼튼한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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