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DMO 중심지를 아시아로”...한·중·일 대표 전략은
“후발주자의 공격적 투자” 생산능력 확대 집중
차별화된 모달리티...바이오텍 등 틈새 시장 공략
‘라이트 쇼어링(Light Shoring)’, 사업의 효율성 추구를 위해 개발·제조 과정에서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것. 최근 팬데믹, 글로벌 경제 악화로 공급망 위기를 겪은 제약바이오 업계 생산 트렌드다. 이러한 추세 아래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급망 회복탄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는 저렴한 노동력 대비 높은 전문성과 풍부한 잠재 시장을 무기로 그동안 유럽·미국에 치우쳐있던 CDMO 시장의 중심을 옮겨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중국, 일본 대표 CDMO 기업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은 경쟁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글로벌 CDMO 시장 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에 진입한 지 십여년 만에 각자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지난해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 30%에 달하는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 CDMO 시장은 팬데믹 등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을 위한 하나의 교두보로 역할하며 존재감을 키워오고 있다”며 “특히 10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미국·유럽 경쟁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장과 신규 모달리티 도입 등 차별화 전략을 갖추면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세포 기반 생산 용량 톱 5 기업에 한·중·일 모두 올라
아시아 CDMO 기업들의 공통점은 생산 규모 확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초기부터 계속해서 공장을 증설하면서 십여 년 만에 생산 캐파를 세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의 후지필름 역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생산시설 확대해 매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바이오프로세스 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CDMO 기업 기준 글로벌 동물세포 생산용량 상위 5대 기업에 삼성바이오로직스(1위), 우시바이오로직스(3위), 후지필름(4위)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4공장이 정상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5공장을 비롯해 4개 공장이 들어설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 계획을 본격화했다. 2025년 18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가진 5공장이 준공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리터의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 캐파를 가지면서 업계 ‘초격차’를 확보할 방침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까지 바이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화이자 중국 항저우 생산공장, 중국 CDMO 기업 ‘CMBA 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면서 26만2000리터까지 생산 캐파를 확장했다. 이에 더해 올해 설비 증설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는 43만 리터로 캐파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후지필름은 셋 중 가장 캐파는 적지만 다양한 거점에 캐파를 두고 있다. 후지필름은 본국보다는 미국, 유럽 등에 먼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캐파를 늘려가고 있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일본에도 생산거점을 확보해 아시아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社3色 ‘초격차’ 모달리티 전략...“차별화는 확실히”
3사는 공격적인 생산 캐파 증설에서는 같은 행보를 보이지만 세부 전략에서는 확실한 차별화를 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S-DUAL(에스듀얼)’, 자체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TM)’ 등을 바탕으로 위탁개발(CDO) 능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 건수는 위탁생산(CMO) 73건에 비해 CDO가 100건으로 훨씬 많다. 이밖에도 ADC 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바이오텍에 투자를 진행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CDMO에 ‘임상(Research)’ 능력을 더하면서 CRDMO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꾀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시작은 중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우시앱텍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다른 CDMO 기업과 달리 임상에 대한 능력이 있다. 이에 수주 건수 중 임상·상업생산 하이브리드 프로젝트가 전체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 우시바이오로직스 한국 및 아시아 태평양 사업 개발 이사는 “우시바이오는 기술을 가졌지만 임상 단계까지 직접 가기 어려운 바이오텍들에 대해 양질의 임상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임상부터 생산 단계까지 의약품 생산의 대부분 타임라인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은 보다 모달리티 개발에 집중했다. 현재 후지필름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모달리티는 LNP(지질나노입자)와 리포솜이다. LNP는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하면서 급부상한 모달리티다.
시케토모 츠지히타 후지필름 의약품사업부 총괄매니저는 “의약품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쌓아온 후지필름의 케미컬 역량이 특수한 지질을 개발하는 LNP, 리포솜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mRNA CDMO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등 차별화된 모달리티 강점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ADC, 유전자치료제 등 까지 모달리티를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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