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그만” “리본프사 no”…서이초 추모, 학부모 반응
현직 교사는 카톡 프사에 애도 이미지 걸었다가 항의 받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아이들 트라우마 생기니 화환을 보내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맘카페에 올려 논란이 됐다. 현직 교사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추모 이미지로 설정한 뒤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았다는 사연을 전했다. 자발적 추모조차 관리·통제하려는 이기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서이초 학부모라고 밝힌 A씨는 20일 서초구의 한 맘카페에 ‘부디 화환과 꽃다발을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가슴 아픈 일이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교문에는 슬픔의 국화꽃이 놓이기 시작했고, 학교를 빙 둘러 화환들이 쌓이고 있다. 기자들과 유튜버, 근조 화환을 뚫고 제 아이를 어떻게 등교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똑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으로서 국화꽃을 놓는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학교는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라며 “곧 방학이고, 학교와 부모들이 상황을 잘 설명한다면 아이들도 조금은 이해할지 모르겠다. 부디 시간을 조금만 달라. 어른들의 급한 슬픔으로 아이들의 생활 공간을 덮지 말아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큰 슬픔과 대의가 먼저니까 작은 슬픔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해결책 때문에 우리 모두 유소년기 트라우마를 한두 개씩 안고 살기 시작한 거 아니겠냐”면서 “근조 화환을 멈춰달라는 게 애도를 멈추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진실 규명해야 하는 사건을 아이들에게 트라우마 없이 잘 설명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부정적 반응이 따라붙었다. “내 아이 트라우마 걱정되니 방학 때 추모하라는 건가” “아이들도 선생님에 대한 추모가 필요하다” “세상을 떠난 교사도 어느 부모의 소중한 자식이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아이들이 받을 충격도 걱정된다” “학교가 며칠 휴교하면 좋겠다”며 A씨 의견에 동조하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A씨의 글은 삭제됐다.
한편 현직 교사라고 밝힌 네티즌 B씨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서이초 교사 사망을 애도하는 이미지로 바꿨다가 학부모 항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게 학부모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카톡 프사 바꿨는데 바로 (학부모한테) 문자 왔다”며 프로필 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B씨는 프로필 사진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검은색 리본과 함께 “23.07.18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B씨가 오전 7시38분 학부모에게 받았다는 문자메시지에는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린데 선생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큰 영향을 준다는 거 아시나. 아직 사실관계도 판명 나지 않은 일로 이렇게 추모한다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린다.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B씨는 “추모하는 마음도 표시하면 안 되냐. (아이들한테) 언급할 생각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B씨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자 해당 학부모는 교무실로 항의 전화를 했다고 B씨는 전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저희 관리자는 저의 편을 들어주셨다”면서 “저는 잘못한 것 없으니 꿋꿋하게 지내겠다. 글도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어쩜 이렇게 이기적인가” “저런 학부모들이 이런 사달을 만든 거다”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우려된다니, 선생님들의 상처는 안 보이나. 그런 엄마에게 아이는 뭘 배울까”라며 어이없어했다. B씨는 추가 댓글을 남겨 “특정 학생과 학부모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은 교사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라는 걸 알아주시라”며 “부디 학부모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서이초에서는 1학년 담임교사 C씨(24)가 지난 18일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학교 앞에는 A씨의 사망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1500개 이상 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교문에는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 현장에서 세상을 등진 선생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 추모 메시지를 담은 쪽지도 수백 장 붙었다.
C씨의 사망 배경에 부모의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이 이어지자 경찰은 교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다. C씨의 유가족은 “평소 근무하는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갑질이든, 악성 민원이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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