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총장 잘렸다…과거 논문 파헤친 19살 대학기자
미국 명문대 스탠퍼드대의 마크 테시어-라빈(63) 총장이 재임 7년 만에 사퇴한다. 지난해 과거 논문에 여러 오류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약 8개월 만에 내린 결정이다. 외신들은 이번 사퇴 뒤엔 스탠퍼드대 학보사 '스탠퍼드 데일리'의 대학생 기자 테오 베이커(19)의 취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호기심 많은 대학생 기자의 탐구심에 일류 대학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스탠퍼드대 신입생이었던 베이커는, 지난해 11월 29일 스탠퍼드 데일리 기사에서 총장의 과거 논문에 의문을 제기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총장이 주 저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 속 이미지가 일부 조작됐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발표된 논문에선 총장이 논문 속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대는 곧바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위원회엔 전직 연방검사도 포함됐다. 올 1월엔 노벨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캘리포니아대 교수, 셜리 틸그먼 전 프린스턴대 총장, 스티브 하이먼 전 하버드대 총장 등까지 가세해 과학 검증 패널을 구성했다. 조사 결과, 테시어-라빈 총장이 저자로 참여했던 논문 12편 중 최소 4편에서 연구 데이터의 조작·결함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별위원회는 "총장이 직접 조작 등에 관여한 증거는 없지만, 일부 논문에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테시어-라빈 총장은 결국 19일 학생·교직원에 보낸 e메일에서 "연구 데이터가 정확하다는 확신 없이 논문을 제출한 적이 없다"면서도 "내 연구에서 발생한 문제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논문 데이터를 더 면밀히 살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NYT는 "99년 셀(Cell)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1편,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 2편 등 (테시어-라빈 총장이 참여했던) 3개가 철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출신의 테시어-라빈은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신경성 질환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혀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와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한 뒤, 제약회사 제넨테크의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며 알츠하이머의 유발 원인 등을 밝혀내는 데 힘을 쏟았다. 2011년 록펠러대 총장에 이어 2016년 스탠퍼드대 총장에 임명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육 기관과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기업 간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테시어-라빈은 윤리적 측면에 더 집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커는 총장 논문 검증 보도로 지난 2월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상 중 하나인 조지 포크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그는 NYT의 백악관 출입기자이자 MSNBC의 정치분석가로 활동하는 피터 베이커와, 미 시사 주간지 뉴요커의 기고자 수잔 글래서의 아들이기도 하다. 베이커는 NYT에 "이번 논문 검증 보도 이후 학생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가 스탠퍼드를 정말로 사랑하듯 누군가 어떤 곳을 사랑한다면, 그곳이 투명해지기 바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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