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보며 사드 미룬 文정부…美, 동맹관계 맞나 의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것과 관련 미국은 ‘한ㆍ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정부가 ‘3불(不)ㆍ1한(限)’으로 요약되는 중국의 입장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안보의 근간인 한ㆍ미 동맹의 악영향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美 “높은 관심”…시진핑 방한ㆍ총선 고심했던 靑
20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이 확보한 2019년 12월~2021년 6월 국방부 작성 보고서 5건에는 미국이 사드 기지에 대한 조속한 환경영향평가 마무리와 접근권 확보를 끊임 없이 요청한 내용이 나온다.
초반에만 해도 미국도 기대감을 보였다. 환경영향평가 일정을 공개한 이후인 2019년 12월 국방부가 안보실 등과 논의한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에선 “미측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일정 의견을 제시하고, 향후 계획을 문의하는 등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국방부도 “평가협의회 위원 추천 요청 등을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은 ‘법적 절차의 정상적 진행’이라는 정부 입장과도 상충된다”거나 “한ㆍ미 동맹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조속한 사드 기지 정상화가 필요하단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의에선 당시 추진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이유로 협의회 구성 논의 시점을 이듬해로 넘겼다. 심지어 총선에 끼칠 지지 세력 내 반발 등을 감안해 선거 이후인 4월 이후까지 논의 시점을 미루려다 “무한정 연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시점을 1월로 앞당긴 정황도 확인된다.
연합사령관 항의 서한…美 “불만족”
그러나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0년 7월 31일 작성된 보고서엔 “장기간 후속 절차의 진행이 부재하다”는 서술이 나온다. 4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 압승을 거둔 뒤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는 의미다. 실제 총선 직후인 그해 6월 한ㆍ미 실무진 회의에서 정부는 “후속절차의 시작 및 종료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미국 측에 전달했던 사실도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그러자 7월 16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한ㆍ미연합사령관은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장병 생활 여건과 기지 능력에 영향을 준다. 조속하고 적절히 진행될 수 있도록 빠른 지원을 바란다”고 직접 요청했다. 국방부는 해당 서한을 “미측의 불만족”으로 해석해 보고했고, 당시 정부는 연합사령관의 서한을 받은 뒤인 8월에야 주민 간담회 일정 시작한다는 내부 일정을 정했다.
“요청→요구”로 변한 美…“레이더용 전기라도”
사드 배치 반대 진영에는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상태였다. 정부는 이들의 눈치를 살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9월 24일 작성된 보고서엔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상접근권 확보”를 요청하는 내용과 함께, “반대 집회 참여 인원이 줄었으나 향후 ‘빌미’ 제공시 대규모 인원 동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시위대는 기지를 막아섰고, 이 바람에 미군은 식량 및 필수 자재까지 항공으로 운송해야 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인분조차 반대 진영의 ‘묵인’을 받고 간신히 반출할 수 있었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미국도 점차 격해졌다. 당시 보고서엔 “환경영향평가와 2차 부지공여에 대한 조속한 이행을 요구했다”는 미국의 반응이 나온다. 지금까지 ‘요청’으로 표기됐던 미국의 입장이 ‘요구’로 바뀌었다.
미국은 특히 시위대의 방해로 레이더를 운용할 전기마저 발전기를 돌려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레이더용 전기만이라도 상업용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비용까지 미국이 충당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 시점을 그해 12월로 미뤘다.
美 “동맹으로서 이해 곤란”…韓 “美가 갈등 유발”
해가 바뀐 2021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자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미국은 한·미 동맹에 대한 의문을 표출했다.
2021년 5월 4일 작성된 국방부 보고서엔 “(미국이)아직도 상시 지상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이해가 곤란하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방부는 이를 미국의 ‘불만’이라고 표현했다. 사드 정상화를 미룬 당시 정부의 결정 때문에 미국이 동맹 관계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낸 배경은 사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당시 작성된 보고서엔 “바이든 신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측이 (사드 지연에 대해)유화적 태도를 보일 거란 기대와 달리, 장병의 인권 문제로 인식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미 오랜 기간 사드 정상화를 미뤄왔던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정권교체를 결정을 더 지연시킬 요인으로 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당시 정부는 “미측이 상시 차량출입을 지속 요구하며 현장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갈등의 책임을 오히려 미국에 넘기기도 했다.
미국이 동맹 관계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문재인 정부는 “진전된 변화가 없을 경우 KIDD(한 ㆍ 미 통합국방협의체ㆍ5월12~13일), 한ㆍ미 정상회담(5월 예정)에서 난항 및 동맹 현안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나온 대책은 미국이 요구했던 전면적 접근권 허용이 아닌 제한적 출입이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사드 집회가 반정부 집회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 등을 적시했다.
‘종착지’는 靑시민사회수석실
가장 최근인 2021년 6월 28일에 작성된 보고서는 공개된 5건 중 유일하게 보고 대상을 '시민사회수석실'로 특정하고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은 시민단체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던 곳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안보와 동맹 차원이 아닌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응하는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시 보고서에는 “SOFA(한ㆍ미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에게 공여된 시설ㆍ구역에 대한 미군의 출입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출입로가 차단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결론만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드 관련 논의 기간 내내 중국과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던 문재인 정부는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한 평가협의회 구성을 위한 인사 추천 공문마저 한 번도 발송하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다.
강태화ㆍ정진우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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