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타인의 고통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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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는 인사가 무색한 요즘이다.
윤리적 감수성은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난다.
자신이 타인과 연루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타인의 고통을 한낱 구경거리로 소비하며, 재난이 자신을 비껴갔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지혜는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으려는 섬세하고도 구체적인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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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는 인사가 무색한 요즘이다. 전국의 물난리와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보도를 접하면서 나 역시 가슴을 졸였다. 고향도 큰 피해를 보았다. 충남 청양은 나의 본가가 있는 곳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온 기사를 보니 중학교 동창의 축사가 물에 잠긴 사진이 올라왔다. 귀농해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후배의 비닐하우스도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공주시 옥룡동에 사는 사촌은 안방까지 물이 차서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이 거듭되고 보니 강한 의구심이 든다. 지금껏 내놓은 호우 대책이란 ‘예방’보다는 정치적으로 생색낼 만한 ‘복구’에 치중했던 게 아닌가. 국민이 바라는 건 비를 그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위임한 ‘힘’을 쓰라는 것이다. 모든 법적 권한과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헌법 34조6항) 해달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무능으로 되돌려받고 싶지 않을 터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일부 정치인의 태도도 ‘윤리적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실감케 했다. 윤리적 감수성은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난다. 자신이 타인과 연루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타인의 고통을 한낱 구경거리로 소비하며, 재난이 자신을 비껴갔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권력에 취한 이들에게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얼마나 방관하기 좋은 구실이 되는가. ‘다 같이 슬퍼하되, 바보는 되지 말자’는 수전 손태그의 말을 톺아본다. 앞으로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거라는 무력감마저도 국민들이 싸워야 할 몫이 됐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지혜는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으려는 섬세하고도 구체적인 자각이다. 이런 노력이 회복돼야만 우리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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