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기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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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 역시 심각하다.
폭우와 가뭄 등 기후 이상은 비단 우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 현상인데, 특히 올해는 4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와 관련이 높아 농작물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기후 이상 및 국제 갈등으로 곡물 공급의 불안정이 지속한다면 특히 저소득국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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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 역시 심각하다. 폭우와 가뭄 등 기후 이상은 비단 우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 현상인데, 특히 올해는 4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와 관련이 높아 농작물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루·칠레 지역의 해수 온난화를 뜻하는 엘니뇨가 발생하던 해마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일종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7일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은 보장함으로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던 ‘흑해곡물협정’의 종료를 선언했다. 기후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갈등 역시 식료품의 안정적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여러 국제기구의 협력으로 출간된 ‘2022년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는 53개 국가 2억명의 인구가 식량 위기 이상의 심각한 상황에 있으며, 그 가운데 36개국 4000만명은 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비상 단계에 처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기후 이상 및 국제 갈등으로 곡물 공급의 불안정이 지속한다면 특히 저소득국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어 우려된다.
국제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은 문자 그대로 기근은 아니어도, 높아진 식료품 가격이 초래하는 인플레이션이 마치 기근처럼 국민의 삶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튀니지에서 벤 알리 정권이 무너졌던 민중 봉기, 알제리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한 이집트 혁명,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리비아 민주화 운동 등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아랍의 봄’은 2011년을 정점으로 하는데, 일련의 사태는 이 지역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국제적인 식료품 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로 인해 촉발된 국민의 경제적 불만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을 통해 기존에는 가격을 낮춰주던 식료품 공급에 대해 재정상 어려움으로 보조금을 폐지하며 가격을 현실화하는 과정이 불가피해 식료품 같은 필수적 재화의 부족 또는 가격 상승이 심화하자 국민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기후 이상에 따른 식량 작황의 어려움 때문이든지, 국제적인 유동성 확대나 곡물 투기 세력의 영향 탓이든지, 전쟁과 국제 갈등의 여파든지, 무슨 이유인지를 불문하고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요인이 있을 때는 정부가 각각의 요인에 대응하며 최대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핵심은 안정적 식량 공급의 확보다. 특히 최근처럼 다른 물가 요인도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의 가격 상승이 찾아온다면, 국민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 정도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생존을 위협하는 기근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총리 요셉의 꿈을 통해 7년간 곡식을 각 성에 쌓아 뒀다가 7년 흉년이 왔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했던 창세기 41장 기록처럼 삶의 어려움과 기근이 귀환할 수 있는 국제적 시대 환경에 정책 당국은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온전히 준비된 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을 직접 살아가야 하는 개인은 물론이고 공적 위치에서 온전히 정책을 준비하는 당국자라면 더욱 그렇다. 특별히 성경은 우리에게 온전한 자의 기업은 영원하고 기근에도 풍족할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호와께서 온전한 자의 날을 아시나니 그들의 기업은 영원하리로다. 그들은 환난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며 기근의 날에도 풍족할 것이나….’(시편 37편 18∼19절)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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