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우드 홀 결핵 퇴치 첫발 뗀 곳은… 화진포 김일성 별장이었다

최경식 2023. 7.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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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와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화진포에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다.

최근 들어 화진포에선 김일성·이승만 외에 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지역교계가 셔우드 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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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공간 연내 완공
오는 12월 준공 예정인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의 메인 전시실 전경을 구현한 가상도. 기독교인은 물론이고 일반 관광객도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성된다. 고성군청 제공


망망대해와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화진포에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별장과 김일성 별장(화진포의 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석조 건물로 지어진 김일성 별장은 1930년대 독일인 H 베버가 건축한 후 1948년 김일성과 김정일이 여름 휴양지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화진포에선 김일성·이승만 외에 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감리교에서 파송받은 셔우드 홀은 근대 여성교육의 어머니인 로제타 홀(1865~1951) 선교사의 아들로, 우리나라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고 결핵 퇴치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셔우드 홀(오른쪽) 선교사와 어머니인 로제타 홀(가운데) 선교사. 왼쪽은 셔우드 홀의 아내 메리안 홀 선교사. 국민일보DB


1938년 그는 화진포에 머물면서 결핵퇴치 운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구상했는데, 머물렀던 거처가 당시엔 ‘화진포 별장’으로 불렀던, 바로 김일성 별장이었다. 그런 면에서 화진포는 사실상 우리나라 결핵퇴치 운동의 초석이 닦여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서에서 셔우드 홀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잊혀진 영웅, 셔우드 홀’을 다시 소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지역교계가 셔우드 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오후 화진포 생태박물관 앞. 김일성 별장에서 걸어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지상 3층 규모의 아담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성군은 약 40억원을 투입, 생태박물관을 리모델링해 1~3층은 로제타 홀과 셔우드 홀 관련 상설전시실 등을 조성하고, 옥상은 휴게라운지 및 전망데크 등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는 12월 준공되면 내년 개관할 것으로 보인다.

셔우드 홀 선교사가 1938년 머물며 결핵퇴치 운동을 구상했던 화진포 별장(현 김일성 별장) 전경.


이 사업의 시작은 이례적이다. 셔우드 홀이 감리교 선교사였지만 교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섰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전남의 ‘순례자의 길’을 벤치마킹해 강원도에도 기독교 관련 역사유적지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게 출발점이었다. 후보를 물색하던 과정에서 고성에 남아있는 셔우드 홀의 발자취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지자체와 감리회가 함께 셔우드 홀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됐다. 현장에서 만난 함명준 고성군수는 “셔우드 홀의 책을 읽으면서 국적을 초월한 그의 헌신에 감동받아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고성은 물론 강원도 전체로 봐도 일반인도 다가갈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사업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지자체와 교계는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리모델링에 이어 콘텐츠를 추가해 나갈 방침이다. 장애인의 날, 점자의 날, 크리스마스, 성지순례 등 로제타 홀 및 셔우드 홀과 관련된 소재를 활용해 다양하고 지속적인 관광콘텐츠 개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 청년·노인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세광 고성군 기독교연합회장은 “지역교계가 초교파적으로 연합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 조성에 힘을 모을 것”이라며 “지역 교회 목회자와 사모들이 ‘역사해설사’ 등으로 나서 역사문화 교육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고성=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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