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골프' 홍준표 징계 받는다…'사과'로 징계 수위 낮아지나
황정근 "국민정서 반하는 행동, 당 이미지 실추"
'폭우 중 골프'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결국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징계 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홍 시장이 '사과'를 했다는 점 등이 참작돼 징계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6차 중앙윤리위원회의를 개최하고 홍 시장의 수해 중 골프 논란 관련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징계 사유는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7월 17일~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유지) 위반이다.
황정근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민들 수해로 안타까워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집권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응당 국민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며 "만약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공감 능력 부족을 드러낸다면 이는 바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행위가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시행규칙 제22조 2항에 따르면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행위를 해선 안 된다. 특히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윤리규칙 제4조(품위 유지) 1항은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리위는 오는 26일 제7차 회의를 개최하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같은 날 홍 시장이 직접 참석하거나 대리인이 참석해 소명하는 절차도 진행한다.
당초 당내에서는 홍 시장이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렸던 지난 15일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는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홍 시장의 "잘못한 것 없다"는 식의 태도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홍 시장은 17일 국회를 찾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에는 공무원들도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십수 년 동안 내가 말했던 원칙"이라며, 골프를 친 것에 대해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튿날인 18일 오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내 여론이 악화하자 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대구시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재난대응 매뉴얼을 위배했거나 위법한 사항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은 홍 시장의 징계 배경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홍 시장 관련 논란이 당의 악재로 비화하기 전 사전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앞서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따져물으며 김기현 대표를 흔들었던 홍 시장에 대한 정치적 경고가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물론 김 대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홍 시장 징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홍 시장이 직접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네 단계로 나뉜다.
김기윤 윤리위원은 이날 윤리위 회의에 들어가며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사과가 징계수위 결정에 참작되느냐'는 질문에 "사과하지 않는 분과 사과하는 분은 징계 양정에 다르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이 사과문을 썼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수해 현장을 찾아가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내던 지난 2006년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켜 제명당한 전례가 있는 만큼, 홍 시장도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윤리위원은 "과거 유사한 사건의 징계처분 결과가 참작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적절한 수준의 엄중한 분위기를 반영한 징계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중징계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홍 시장이) 사과했기 때문에 구두 경고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수해를) 슬퍼하는 상황에서 리더가 공감대 없이 당을 어렵게 했다는 것에 대해 본인이 이미 사과했다"며 "골프 친 것을 문제 삼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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