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직격인터뷰] 나토와 협력, 한반도 넘어 ‘범동맹 중첩 외교’ 서막 연 것
유럽 외교 전문가 이재승 교수가 본 한국 - 나토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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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 넘어 다층 안보 구축
중·러 의식 ‘마이너스 균형’ 안돼
나토의 아·태 관심 적극 활용을
중·러 반발, 민관 합동 대응해야
」
유럽 “아시아를 미·중에만 맡길 수 없다”
Q : 한국과 나토의 관계 강화는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나.
A : “그동안 한국의 안보 전략이 북한 문제를 강조했다면 이번 나토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의 정상회의(NATO+AP4)는 한국이 한반도를 벗어나 글로벌 안보로 이행해가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범동맹 외교’를 공고화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Q : ‘범동맹 외교’라는 개념이 눈에 띈다.
A : “이제까지 한국의 안보는 한미동맹이 중심이었다. 일본은 한일관계 경색으로 안보적 측면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유럽은 북한 문제에 보조적으로 동원하는 수준이었다. 세 축이 따로 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이 나토 정상 회담에 두 번 연속 참석하고 AP4 회의체도 참여함으로써 모든 동맹과 우방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되었다. 한미동맹이란 홑겹에서 나아가 여러 겹의 다층 협력 구조로 형성된 ‘중첩 안보’를 통해 외교를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열렸다. 특히 AP4는 쿼드와 달리 인도가 빠지고,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가 엮인 구조다. 한국이 애치슨 라인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고 안정적인 동맹망을 구축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에 안착할 장이 마련된 것이다.”
Q : 나토는 왜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에 접근하는가.
A : “대중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아시아를 미국과 중국 두 나라만 나눠 갖는 구도는 유럽에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렸다. 무엇보다 유럽의 이해를 위해 이 지역에 관여하는 것이다. 유럽은 미·중 간에 데탕트 조짐이 보이면 즉각, 아니면 그 이전에라도 그 움직임에 편승해 대(對) 중국 관여 정책으로 국익을 늘리려 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궁지에 몰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유럽과 나토의 움직임을 읽으면서 우리도 그런 전략적 포지셔닝을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선택권 확대될 것
Q : 우리도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 않으려 하는데.
A : “그 측면에서도 나토와의 관계 강화는 의미가 있다. 한국이 나토의 집단 안보망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나토의 안보 파트너로서 공조 체제를 갖추면 그만큼 더 안전해지고 레버리지가 증진될 수 있다. 친구가 많은 동물은 맹수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나토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규범(norm), 즉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핵심 주체다. 한국이 이들 국가와 협조하고 규범 형성에 참여하면 그 규범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선택의 딜레마는 피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고 게임을 하는 데 능숙하다. 로즈 고테묄러 전 나토 사무차장은 ‘나토는 중국의 위협에 주의하면서도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을 것이며 군축과 비확산 토론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이 나토와 협력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막다른 선택 상황에 몰리는 일을 피해야 한다. 혼자 떨어져 나오면 더 위험하다. 이들 파트너와 함께 해법을 찾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Q : 한국의 나토 접근은 북한이 중·러와 밀착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A : “단기적으로는 북·중·러가 가까워지고 한국과의 대립 구도가 심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선택권과 레버리지가 확대될 기회가 될 수 있다. 나토 접근 반대론은 ‘나(한국)는 다른 애들(서방)이랑 안 사귈 테니까 너(북·중·러)는 나랑 친하게 지내자’는 논리다. 동맹의 벽돌을 빼내 적대국의 선의에 호소하는 노선이다. 나는 이것을 ‘마이너스의 균형’으로 부른다. 이는 동맹의 신뢰를 잃어 내 편이 될 나라들을 상실한 가운데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적대국의 선의에만 매달리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우리의 외교적 입지만 약해진다.”
Q : 중·러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한 목소리로 비난하는데.
A :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한국이 필요하다. 우리랑 영원히 같이 지내지 않을 국가들이 아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압박 수위가 올라갈 것이다. 일례로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다차원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중·러를 아는 전문가들을 활용해 물밑 외교를 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명확히 했기에 중·러도 한국의 나토 접근 자체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나토 접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동북아 정치판을 본질적으로 바꿔놓지는 않는다.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해내면 오히려 한국의 위상은 올라간다. 거기서 새로운 균형점을 확보해야 한다.”
급변 사태 땐 미국 도움만으론 부족
Q : 우리의 나토 접근은 미국의 국익에 따른 것이란 주장도 있다.
A : “한국의 나토 접근이 미국의 대중 견제와 연관된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변국에는 불행하게도 초강대국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 군사전뿐 아니라 경제제재와 무기 지원, 여론·심리전이 중첩되어 있다.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급변 사태가 났을 때 미국의 도움만으론 대응이 어렵다. 급변 사태 뒤에 중국이 있다면 중국과 경제적인 관계를 가진 나라들이 기꺼이 대중 제재에 동참해주겠는가? 게다가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남발로 이미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다. 6·25 때처럼 유엔군이 와줄 리 만무하다. 유사시 한국을 적극적으로 도울 나라는 결국 나토와 AP 3개국 등 35개국이 거의 전부가 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범동맹 전략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범동맹 외교에 나토라는 도구가 생긴 걸로 봐야 한다.”
Q : 그러면 북한 비핵화에 나토가 역할을 할 수 있나.
A : “북한은 최근 수년간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신장했다. 또 평양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종이로 된 안전 보장은 무력하다는 걸 알았을 것이기에 북한 비핵화 협상은 더욱 어려워졌다. 기존의 6자회담 구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미·일과 나토를 아우르는 범동맹 외교로 북핵 위협에 글로벌 버팀막을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 면에서 루비콘강 건너
Q :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평가한다면.
A : “꼭 가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가치 연대’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재건 사업 진출 여지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 한국을 포함해 46개 국가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아시아에선 호주·인도네시아·일본 정상이 찾았다. 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만큼,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는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한국의 입장이 명확해졌으니 외교에 새 판을 짜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방문의 성패는 앞으로 한국이 대중·대러 외교에 얼마나 세련된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에도 달렸다.”
Q : 나토는 근본적으로 군사동맹이다. 아시아로 군사력을 투사할 가능성은.
A : “나토는 그럴 능력도 안 되고 의사도 없다. 프랑스도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 반대한다. 중국에 ‘나토의 팽창’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따라서 나토의 동진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내가 주목하는 건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사이버·우주 등 신기술 분야 공조다. 양측의 연대는 군사동맹 같은 과거형이 아니라 하이테크 동맹 같은 미래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 힘은 강력할 수 있다. 중국은 이걸 더 신경 쓸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뛰어넘어야 한반도가 보이고 안보 방책이 나온다. 북한만 쳐다본다고 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승전 한반도’였던 한국의 외교 방정식을 바꿀 때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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