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반대 단체가 금강·영산강 보의 운명 좌우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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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환경부에 특정인 인선 배제 요청”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비리 철저 규명·수사를
호남과 충청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던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이 불공정·불합리한 과정으로 이뤄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감사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4대강 조사·평가단 단장 및 담당 팀장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부적절한 정책 수준을 넘어 범죄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한 이후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2021년 1월 확정했었다. 이 과정에서부터 전문가 사이에선 “잘못된 자료로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경제성 평가 등을 조작해 보 해체라는 잘못된 결론을 냈다”(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보 해체 여부를 판단한 기준인 경제성 분석(B/C)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에 따라 동일한 보에서 B/C 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는데도 국정과제 시한을 이유로 해체 여부를 결정했다는 결론이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과학적 타당성조차 의심되는 주먹구구식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과정에 특정 시민단체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점이다. 특히 환경부 담당 팀장은 유관기관과 단체에서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169명 이상)을 e메일로 시민단체에 유출했다. 이를 받은 시민단체는 명단 중 4대강 사업에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표기해 회신했다. 국가 프로젝트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위원회에 특정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엑셀 파일에 ‘N(NO)’이라는 표시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고, 실제로 시민단체가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41명 중 한 명도 선정된 사람이 없었다.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무엇인가. 43명의 전문위원 중 과반인 25명(58.1%)이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선정된 사실 또한 황당하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인선 과정도 의혹투성이인 방식을 통해 금강·영산강 보의 해체와 상시 개방 같은 주요 정책을 결론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때문에 금강과 영산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인근 농가가 지하수 고갈에 시달렸다. 친환경 소수력(小水力) 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지난 정부의 보 처리 방안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심의에선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 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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