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10건 중 4건 최고가 거래…신통기획에 재건축 들썩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중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20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거래는 54건(17일 기준)인데 이 가운데 23건(42.6%)이 해당 평형 역대 최고가(신고가)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직방이 조사한 올해 서울 아파트 최고가 거래 비율 7.44%(1만7259건 중 1214건)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1만2000여 가구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은 현재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2~5구역은 서울시의 신통기획에 따라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개입해 보통 5년 정도가 소요되는 인허가 과정을 2년으로 단축하는 등 신속하게 사업을 이끄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하고 열람 절차를 마쳤다. 지난 10일에는 2~5구역의 신통기획안도 확정했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진행이 급물살을 타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압구정동 한양4차 전용면적 208.65㎡은 지난달 27일 64억원(12층)에 거래됐는데, 2021년 1월 52억7000만원(9층)보다 11억3000만원이 뛰었다. 신현대 11차 전용 183.41㎡의 경우 지난달 26일 63억원(7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인 3월의 60억원(8층)보다 3억원 높게 거래됐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매물이 줄고 호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막차라도 타겠다’는 심정으로 높은 호가에 계약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 도입 2년 만에 정비사업 44곳에 대한 기획을 확정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허가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되면서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여겨진 재건축까지 소요 시간이 6~7년으로 줄게 됐다”며 “이런 기대감이 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통기획을 채택하거나 준비 중인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에서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1970년대 준공한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 한양 아파트는 신통기획안이 확정됐고, 여의도 대교는 지난 10일 신통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 단지로 처음 지정됐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곳 중 안전진단 통과가 가장 빨랐던 6단지에서는 다음 달 초 신통기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지만 시장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다만 실제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일부 재건축 규제가 여전한 데다 원자잿값 등 공사원가도 오르고 있어 자칫 속도를 내던 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북서 분양가 3.3㎡당 4000만원=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에 들어서는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롯데건설)의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이달 중 분양 예정인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보다 비싸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 평당 분양가가 3582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올해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규제에서 해제된 영향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원자잿값·인건비 등이 오르고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강남 외곽 지역 분양가가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백민정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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