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려는 학생 손목 잡았다고 아동학대” 멍드는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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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가을 학급 아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몰린 일도 있었다.
지난 5월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 따르면 교사 상당수가 학생(70.39%)과 학부모(68.48%)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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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들면 정서학대로 신고
교권보호위 열기도 쉽지 않아
경기도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가을 학급 아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한 학생이 다른 아이를 때리려 하자 둘을 떼어놓기 위해 학생 손목을 잡았던 게 화근이었다. 해당 학생 부모는 A씨에게 “학생들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며 윽박질렀다. A씨는 억울했지만 주변 만류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도 요청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잘 따르는 베테랑 교사였던 A씨는 그때의 충격으로 결국 학교를 떠났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지도는 물론 학부모와 소통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사들은 어린 제자에게 성희롱 성격의 발언을 들어도, 교실에서 폭행을 당해도 제지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하더라도 학생·학부모로부터 신고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보고된 총 113건 중 28건(24.7%)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몰린 일도 있었다. 해당 학생은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는 지시에 화를 내며 교사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렸다. 그런데도 학생 측은 오히려 교사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개적으로 벌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신고한 학생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서학대를 주장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절반이 정서학대”라며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면서 신고한다. 교사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점점 제한돼 간다”고 토로했다. 최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준 서울 양천구 교사의 경우 폭행당하면서도 소리를 지르면 정서학대라고 할까봐 머리만 감싼 채 참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사 보호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도 쉽지 않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잘 얘기해서 끝내라” “왜 선생이 아이들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런 사례를 만드냐”는 식으로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 5월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 따르면 교사 상당수가 학생(70.39%)과 학부모(68.48%)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지도 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고 밝힌 교사도 649명에 달했다. 교사들은 이런 실태가 교권 침해를 넘어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조차 잘못해도 선생님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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