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형광빛…놀이동산 지하에 숨은 반딧불 세상
요즘은 반딧불이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개똥처럼 흔해 ‘개똥벌레’라 불렸던 곤충인데, 도시화와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이 귀한 반딧불이를 한번에 1만 마리나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의외로 뿌리 깊은 반딧불이 관람 명소다. 1998년 대량 번식에 성공한 뒤 20년 넘게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여름철 하루 640명(40명 정원, 하루 16회 관람)에 한해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을 진행하는데, 지난해에도 2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현재 에버랜드에는 반딧불이 24만 마리가 살고 있다. 기온 22도 습도 60%에 맞춰진 연구실에서 전문 사육사들이 지극정성으로 번식에 몰두하고 있다. 노현철 사육사는 “기온·습도·수질·먹이·빛 등을 세세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반딧불이도 자연의 반딧불이처럼 1년을 산다. 여름날 알을 깨고 나와 애벌레로 10달, 번데기로 50일, 그리고 성충으로 10여 일을 산다. 성충이 되면 로스트밸리(사파리) 초입의 교육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난다.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은 오후 4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회당 20분) 이어진다. 교육장에서 물속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 변태를 준비 중인 번데기 등 반딧불이 일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모두 살아 있는 진짜 반딧불이다. 반딧불이가 수십 마리 들어있는 투명 통을 활용해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보는 형설지공(螢雪之功) 체험도 해본다.
지하 공간은 더 생생하다. 165㎡(약 50평) 남짓한 공간에 최대 40명이 들어가 1만 마리 반딧불이를 관찰한다. 모든 빛을 끄고 나면 반딧불이가 발산하는 찬란한 불빛으로 방안이 가득 찬다. 문자 그대로 ‘형광(螢光)’의 실체를 체험할 수 있다.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이슬만 먹어요” “수컷은 하늘에서, 암컷은 풀 속에서 각자 빛을 내며 사랑의 교신을 해요” 등 안내자의 설명도 흥미를 더한다. 김선진 사육사는 “반딧불이를 바로 눈앞에서 체험하는 것만큼 생생하고 효과적인 환경 캠페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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