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00세 키신저, 100회 방중”

신경진 2023. 7. 21.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의 100세 생일과 중국을 100차례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두 개의 100이 합쳐진 이번 중국 방문은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시 주석이 ‘두 개의 100’을 언급한 것은 자신의 대표적인 집권 공약인 ‘두 개의 100년’을 연상시킨다. 창당 100주년이던 지난 2021년까지 빈곤을 퇴치하고, 건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말한다.

댜오위타이 국빈관 5호각에서 진행된 이날 만남에는 왕이(王毅) 정치국위원과 마자오쉬(馬朝旭) 부부장 등이 배석했으며 25일째 모습을 감춘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시 주석은 “52년 전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닉슨 대통령, 당신은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협력이라는 정확한 결정을 해 세계를 바꿨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당시 미·중 데탕트를 재평가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를 잊을 수 없으며 당신이 중·미 관계의 발전과 중·미 양국 국민의 우의 증진을 추동한 역사적 공헌을 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중국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양국은 다시 선택이 필요하다. 관건은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신과 미국의 식견 있는 인사들이 계속해서 중·미 관계가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오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압력을 행사해 달라는 권유로 보이는 발언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현 정세에서 ‘상하이 코뮤니케(하나의 중국 정책을 담은 1972년 미·중 공동 성명)’가 확정한 원칙을 마땅히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이 중국에 갖는 극단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이날 회동이 이뤄진 댜오위타이 5호각은 지난 1971년 당시 48세였던 키신저 전 장관이 비밀리에 베이징에 도착한 당일 오후 저우언라이 총리를 만났던 장소다. 이듬해인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뤄졌고 미·중 수교는 그로부터 7년 뒤인 1979년 체결됐다.

시 주석과 키신저 전 장관의 만남은 이번이 9번째다.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앞둘 때마다 중국에 우호적인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왔다. 이번 댜오위타이 회동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계기 바이든·시진핑 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키신저 카드’가 바이든 행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중국 정책 입안자로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을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키신저의 당시 결정을 워싱턴이 내린 가장 낙관적인 배팅이었다고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