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둑 터질라…금감원, 증권사 불러 “손실 관리”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연체율 오름세가 가파르다. 이에 금융 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우려가 있는 증권사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 등의 조치를 통해 연체율이 급상승하지 않도록 고삐를 조인다는 방침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5조3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대출 잔액에 비해 크지 않지만 연체율은 16%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일 국내 10개 증권사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및 기업금융(IB) 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PF 및 해외 대체 투자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현황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회수가 어려운 부실 채권은 상각하고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은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과도한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할 경우 증권업계 전체에 대한 평판이 악화한다”며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착시’ 현상으로 인해 실제 위험 수준보다 부풀려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증권사 전체 PF 대출 잔액 규모가 다른 업권 대비 작아 한두 사업장의 부실이 연체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증권사 연체율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증권사에 대해서도 관리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다. 전체 금융업권 연체율(2.01%)은 물론 저축은행 연체율(4.07%)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연체율 오름폭도 가파르다. 2021년 말 3.71%에서 지난해 말 10.38%로 뛴 데 이어 3개월 만에 5.5%포인트 증가했다. 몇몇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브리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차입금) 영업 등을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 하강 여파로 부실이 발생하며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업 전반의 부동산 PF 관련 위험도는 높지 않지만, 중소 증권사를 중심으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권 전반의 부동산 PF 부실 위기감도 여전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1조3000억원 늘었다. 최근 부실 우려가 불거졌던 새마을금고 법인대출의 연체율이 올 1분기 9.99%를 기록한 것도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이 깊다.
최근 위험 징후가 보이는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 손실 우려에 대해서도 금융 당국은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증권사 자체 투자금 300억원을 포함해 총 2800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 중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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