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제명, 의원 200명 찬성해야 가능…야당 손에 달렸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20일 거액의 암호화폐 투자 의혹을 받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했다.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7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소명이 안 된 부분도 있고, 그동안 해왔던 (거래) 내역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명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자문위원장은 “양당에서 공통으로 징계 요구한 부분이 국회의원 윤리강령상 품위유지 의무, 사익추구 금지, 윤리실천규범상 품위유지·청렴의무 조항”이라며 “거기에 대해 장시간 토론과 자료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 수위인 제명을 권고한 데 대해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성실치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상임위 회의에서만 거래했던 것도 아닐 테고 본회의 날에도 할 수 있고 여러 부분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자문위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나 소위 회의 중 가상자산을 거래한 횟수가 200번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 “김 의원이 위믹스 외에 다른 코인도 거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법적 제한 때문에 공개를 못 한다”고 답했다.
이날 외부 자문위가 김 의원에게 요구한 제명은 국회의원 징계 수위 네 가지(▶공개회의 경고 ▶공개회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가운데 최고 수위다. 다만 실제 김 의원을 의원직에서 제명하려면 윤리특위 전체회의 의결 이후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김 의원의 운명은 168석 다수당인 친정 민주당의 손에 달린 것이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은 “자문위의 의견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며 “오래 끌면 국민적 지탄이 클 것이니 조속히 특위를 열어 결론내리겠다”고 밝혔다.
자문위가 21대 국회 들어 제명을 권고한 사례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재판에서 의원직을 상실해 징계안이 폐기됐고, 나머지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다.
1991년 국회 윤리특위가 구성된 이래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적은 없었다. 2011년 8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강용석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윤리특위가 제명을 의결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본회의는 대신 한 단계 아래인 30일 출석 정지를 의결했다.
2015년 10월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심학봉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본회의 표결 3시간 전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 제명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김 의원의 경우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본회의 표결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국회에서 의원 제명안이 가결된 사례는 유신 말기였던 1979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 제명이 유일하다. 야당인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을 빌미로 여당인 공화당과 유정회가 제명안을 가결했다. 김남국 의원 제명안이 가결되면 44년 만의 사례가 된다.
위문희·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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