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빼고 몸집 키우기 될까…저축은행 업계, 규제 완화에도 시큰둥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합병 규제를 완화했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업황이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인수합병(M&A) 수요가 크지 않아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인가 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을 확대하고, 관련 합병 및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게 주 내용이다.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해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금 중개 기능을 향상하고 경영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간은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갖지 못했고,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의 합병은 원칙적으로 허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전반적인 업황이 어려워 M&A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는 올해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인 2014년 2분기 이후 첫 적자다. 고금리 여파로 이런 추이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 당국이 허용키로 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도 단시일에 실효성이 있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자본금 25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산업자본은 지방은행의 지분을 최대 15% 가질 수 있다. 이미 은행을 가지고 있는 금융그룹 계열이 아닌 대다수 저축은행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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