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과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호텔, 더 칼라일 뉴욕 #호텔미감
이우환 선생과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뉴욕. 생애 첫 번째 뉴욕 여정이었던 그때의 긴장과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14시간이라는 비행 끝에 찾아온 피로는 호텔 입성을 절실하게 만들었다. 더 칼라일 뉴욕. 1930년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문을 연 유서 깊은 뉴욕의 대표 호텔이다. 명성에 비해 소박한 입구의 회전식 문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다이애나 스펜서가 빈번히 파파라치에 의해 포착된 스폿이다. 게다가 호텔 카페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우디 앨런이 재즈 밴드와 함께 클라리넷을 연주한다. 누군가 즉흥적으로 걸음을 돌려 이곳에서 칵테일 한 잔과 음악을 음미할 법한 칼라일의 무드는 여전히 재즈시대의 뉴욕과 맞닿아 있다. 프런트의 정중한 직원은 내게 “두 시간 후에 체크인을 한다면, 룸을 업그레이드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당장 침대에 드러눕고 싶지만 스위트룸을 마다하긴 어렵다. 다리 건너 노구치 미술관에 다녀오고 나서야 묵직한 키를 받아들고 방문을 열었다.
아르데코 시대의 호텔답게 황금색 패널로 반짝이는 벽, 창밖으론 맨해튼의 마천루가 겹겹이 이어진다. 혼자 지내기엔 미안할 만큼 넓은 방이다. 침실, 거실, 욕실 그리고 여유로운 워크인 클로짓으로 이뤄진 칼라일 스위트룸은 미국 특유의 럭셔리 정서를 내뿜는다. 위스키를 위한 마호가니 캐비닛과 연둣빛 벨벳 소파의 조화는 과연 클래식 호텔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었는지, 난방 시스템의 오류로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테크니션들의 반복된 점검과 연신 죄송하다는 직원들의 전화에 응대했던 그 밤은 첫 번째 뉴욕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줄 에피소드로 생각했다.
로비로 내려가는 길에 요즘 보기 드문 자주색 유니폼을 입은 엘리베이터맨이 함께 탑승해 층수를 눌러준다. 자주 묵는 투숙객과 안부를 묻고 답하는 정감 어린 풍경. 몸에 밴 예의만큼이나 캐주얼한 편안함을 건네는 건 노련함이나 균형감각일까?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우아한 중년 여인과 함께 최근에 본 인상적인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옛것이라 여겼던 ‘주고받음’의 정서가 이 호텔에서는 고스란히 풍경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지 클루니의 잊을 수 없는 음성부터 운동을 마치고 숨가쁘게 걸어오던 스칼렛 요한슨의 맨 얼굴까지. “호텔은 꿈을 파는 곳”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칼라일에 머문 며칠 동안 내게 다가온 모든 것들은 구체적인 동시에 은밀한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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