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켄터키함'에 발끈…"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 도발 위협
북한이 20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과 관련 자신들이 규정한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한다고 위협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 역도들은 거대한 미국의 전략핵무기가 기어들어온 데 대해 요란스레 광고해대고 있다”며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는 국가핵무력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지난 18일 기항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 핵무기가 탑재돼 있다는 것을 전제한 말로, 자신들이 정한 조건에 따라 언제든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주장이다. 강순남은 이어 “핵사용 교리는 국가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사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필요한 행동절차 진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구체적 핵사용 조건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주장한 ‘핵사용교리’는 지난해 9월 공개한 5가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의미한다.
당시 북한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감행 혹은 임박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 감행 혹은 임박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감행 혹은 임박 ▶유사시 전쟁 주도권 장악 등 작전상 필요 ▶국가 존립, 인민 생명에 파국적 위기 초래 등의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또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그것(켄터키함)들이 무엇 때문에 조선반도에 기어들어왔으며 또한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미군 측은 자기들의 전략 자산이 너무도 위험한 수역에 들어왔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두 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재차 위협을 가했다.
지난 18일 한ㆍ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맞춰 부산항에 도착한 켄터키함은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여발을 탑재할 수 있다. 미군측은 켄터키함에 핵무기가 탑재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켄터키함뿐만 아니라 한ㆍ미 NCG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NCG 하루 전날인 지난 17일 “지금 정세는 2017년 조성됐던 대결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 무력충돌 가능성,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편”이라며 적화통일 의미하는 ‘영토 완정’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미 핵잠수함의 현시 효과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방식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수중핵무인공격정인 ‘해일’ 등 핵잠수함을 때릴 수 방식의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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