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과제는 항저우아시안게임·파리올림픽 메달 획득”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전임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단독 입후보해 지난달 15일 대한체육회의 인준 절차를 마친 뒤 제20대 대한골프협회장 임기를 시작한 강형모 신임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강 회장은 유성CC 대표이사 회장으로 2004년부터 대한골프협회(KGA)와 인연을 맺은 뒤 협회 이사와 선수강화위원장 그리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했다. 그 기간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전 부문 금메달 획득, 2010년과 2016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체전 석권,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부 금메달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강 회장은 20일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예상했던 대로 턱 밑으로 다가온 9월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개최되기에 선수 포상금이나 선발방법 등은 이미 2년 전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개최지 중국 사정으로 현장답사가 순조롭지 않아 애로 사항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6월 말에 협회에서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항저우에 첫 답사를 다녀왔다. 2차 선수단 답사도 7월 말 계획 중”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나씩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은 남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김시우(28)와 임성재(25·이상 CJ),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프로로 전향하는 장유빈(21)과 조우영(22·우리금융그룹)이 참가한다. 여자부는 김민솔(17·두산건설), 유현조(18·천중앙방통고), 임지유(18·수성방통고3)다.
파리올림픽 준비 상황도 덧붙였다. 그는 “답사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중에 1차로 다녀왔다”면서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선수들이 편안한 상황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지에서 우리 선수단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도 마련했다. 하지만 선수단 숙소가 마땅치 않다”며 “대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베르사유 지역 내 대부분의 호텔들은 이미 파리 조직위에서 선점한 상태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차 답사를 계획하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GA는 아마추어 골프를 관장하는 대표 기관으로 골프 룰, 에티켓, 매너 준수를 위한 지속적 캠페인 전개가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주말 골퍼들의 매너와 에티켓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에 강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밝혔다.
그는 “2021년 골프활동 인구 중 이용 장소를 보면 실내스크린 비율이 65%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실내에서 지인들과 가볍고 편안한 상태에서 골프게임을 하다 보니 필드에 나왔을 때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스크린이 골프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역기능적인 부분들은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서 더 홍보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 이와 별도로 포털사이트와 함께 에티켓과 매너에 대한 캠페인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는 뜻을 밝혔다.
강 회장은 골프장에 부과되는 중과세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국내 골프활동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우리 협회가 조사한 2021년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잠재인구가 1200만명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많은 사람들을 유입해 골프산업을 키우려면 이용요금이 낮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최근 들어 선수들 중 재목감들이 눈에 띄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선 “국내 투어의 흥행 발전에 따른 안정화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적극 도전하지 않는 기류가 최근 부진의 한 원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남자 골프를 보면 국가대표 출신인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선수가 PGA 투어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주니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와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일시적 침체는 금세 회복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현재 월드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을 보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만큼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곧 회복될 거라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지금껏 강 회장이 KGA에 몸 담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다름 아닌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35·KB금융그룹)의 금메달 획득 순간이었다. 강 회장은 “단장으로서 현장에 있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 회장은 재임 기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골프가 국민들 기억 속 효자 종목으로 거듭나게 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기가 1년 6개월밖에 안돼 새로운 사업을 하기 보다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골프가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시·도 골프협회 등 대의원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0년이라는 반세기 골프 인생을 살아온 그의 골프 철학이 궁금했다. 강 회장은 “50년간 느낀 것은 마음대로 안되는 게 골프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사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며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두면 골프가 잘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골프를 통해 겸손해지는 연습을 하며 인생 수양을 쌓아가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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