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논란' 김남국 제명 권고, 본회의 의결땐 44년 만에 처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20일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을 권고했다. 윤리특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유재풍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7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과 관련해 제대로 소명이 안 된 부분도 있고, 그동안 해왔던 (거래) 내역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명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자문위원장은 “양당에서 공통으로 징계 요구한 부분이 국회의원 윤리강령상 품위유지 의무, 사익추구 금지,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상 품위유지 청렴의무 조항”이라며 “거기에 대해 장시간 토론과 자료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유 자문위원장은 제명 권고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이 안 된 부분이 있었다”며 “저희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성실치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만 거래했던 것도 아닐 테고 본회의 하는 날에도 할 수 있고 여러 부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당초 자문위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나 소위 중 가상자산을 거래한 횟수가 200번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유 자문위원장은 김 의원이 위믹스 외에 다른 가상자산 거래 내역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코인도 거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법적 제한 때문에 공개를 못 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소명하기 위해 추가로 자문위에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자문위가 요구한 제명은 최고 수준의 징계다. 국회의원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다. 민주당 소속인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당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의 의견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며 “자문위에서 올려보낸 것을 오래 끌면 국민적 지탄이 클 것이니 조속히 특위를 열어 결론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실제 제명되려면 국회 윤리특위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문위가 21대 국회 들어 제명을 권고한 사례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재판에서 의원직을 상실해 징계안이 폐기됐고, 나머지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다.
윤리특위가 꾸려진 이후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1년 8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강용석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가 제명을 의결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대신 이를 대체하는 징계안으로 30일 출석 정지를 의결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 10월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심학봉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윤리특위가 제명을 결정했지만, 심 전 의원이 본회의 표결 3시간 전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제명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본회의 표결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제명안이 가결된 사례는 유신 말기였던 1979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제명은 윤리특위를 거치지 않았다.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미국에 요구한 것이 빌미가 돼 공화당과 유정회 단독으로 제명안을 가결했다.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44년 만에 첫 제명 사례가 된다.
한편 자문위는 다른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신고 내역도 일부 공개키로 결정했다. 유 자문위원장은 “초기 재산, 변동내역 규모를 공개하는 데 동의를 물어 동의하면 변동내역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99명의 국회의원이 전원 신고했는데 11분이 가상자산을 보유했었다고 신고했다”며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별도로 의장님이나 소속 정당에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전원은 지난달 30일을 마감 기한으로 자문위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제출했다. 자문위는 각 의원의 보유 현황과 이해충돌 여부도 심사했다.
위문희· 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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