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승만 전에 ‘셔우드 홀’이 있었다

최경식 2023. 7. 20. 21: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망망대해와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화진포에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다.

최근 들어 화진포에선 김일성·이승만 외에 캐나다 의료 선교사인 '셔우드 홀(1893~1991)'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지역 교계가 셔우드 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성 화진포 역사문화공원 연내 준공
셔우드 홀, 화진포 머물며 결핵퇴치운동 청사진 구상
지자체가 “업적 기리자” 앞장서
셔우드 홀이 1938년 머물며 결핵퇴치운동을 구상했던 화진포 별장(현 김일성 별장) 전경.


망망대해와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화진포에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화진포의 성)이다. 특히 석조 건물로 지어진 김일성 별장은 1930년대 독일인 H.베버가 건축한 후 1948년 김일성과 김정일이 여름 휴양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최근 들어 화진포에선 김일성·이승만 외에 캐나다 의료 선교사인 ‘셔우드 홀(1893~1991)’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셔우드 홀은 근대 여성교육의 어머니인 ‘로제타 홀(1865~1951)’의 아들로, 우리나라 최초로 크리스마스씰을 발행하고 결핵 퇴치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1938년 그는 화진포에 있으면서 결핵퇴치 운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구상했는데, 그때 머물렀던 거처가 당시엔 ‘화진포 별장’으로 불렸던 김일성 별장이었다. 그런 면에서 화진포는 사실상 우리나라 결핵 퇴치 운동의 초석이 닦여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서에서 셔우드 홀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그에 대한 기억의 흐름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잊혀진 영웅, 셔우드 홀’을 소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지역 교계가 셔우드 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2월 준공 예정인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의 메인 전시실 전경을 구현한 가상도. 고성군청 제공


지난 19일 오후 화진포 생태박물관 앞. 김일성 별장으로부터 걸어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지상 3층 규모의 아담한 건물이다. 고성군은 약 40억원을 투입, 생태박물관을 리모델링해 1~3층은 로제타홀과 셔우드 홀 관련 상설전시실, 북카페로 조성하고, 옥상은 휴게라운지 및 전망데크 등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는 12월 준공되면 내년부터 개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시작은 이례적이었다. 셔우드 홀이 감리회 선교사였지만, 교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섰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전남의 ‘순례자의 길’을 벤치마킹해 강원도에도 기독교 관련 역사유적지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게 출발점이었다. 후보를 물색하던 과정에서 고성에 남아있는 셔우드 홀의 발자취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지자체와 교계가 함께 셔우드 홀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며 조성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함명준 고성군수는 “셔우드 홀의 책을 읽으면서 국적을 초월한 그의 헌신에 감동을 받아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고성은 물론 강원도 전체로 봐도 일반인들이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성공적인 조성 사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지자체와 교계는 셔우드 홀 역사문화공간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리모델링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갈 방침이다. 장애인의 날, 점자의 날, 크리스마스, 성지순례 등 로제타 홀 및 셔우드 홀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관광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의 효과적 유치와 지역 청년·노인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성=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