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추모도 못하게 막나" 교문 통제에 분노한 교사들
[김화빈, 유성호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 1학년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학교 측의 요청을 받아 추모객들의 교내 입장을 가로막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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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죽으면 경찰서 바닥에 국화를 두고 가라고 할 거냐. 왜 교사의 죽음을 이렇게 취급하나."
경기도 용인에서 23년째 체육을 가르치고 있다는 50대 교사는 서울 서초구 S초 정문 앞에서 울부짖었다. 제대로 된 분향소가 없는 데 대한 항의였다. "사진도 없이, 장마기간인데 천막도 없는 곳에 추모하라는 말이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 18일 S초 교사 A씨가 학내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의 죽음과 학부모 민원과의 연관성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오후 S초 정문 앞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숨진 초등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학교는 정식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았고, 오후 4시경부터는 경찰이 출동해 추모객의 이동을 통제하기도 했다.
▲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교내 체육관에 추모공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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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초등학교 추모 발걸음 가로 막는 경찰에 분노한 시민들 ⓒ 유성호 |
학교 측은 "유족이 추모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방과후 수업을 듣고 있어 교내 출입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날 오후 5시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학교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정문 앞 출입이 가로막힌 교사들은 한 목소리로 "추모할 수 있게 비켜달라"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교사들은 "(정문) 열어줘!"라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 구호 제창을 제안한 50대 교사 양아무개씨(30년 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교사의 죽음이 교육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런 현실을 같이 애도하려고 온 것"이라며 "(추모하러 온 교사들이) 공권력에 저항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추모조차 막는 게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교사들은 참고 또 참았다"며 "이 정도도 (애도를) 표현하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든 저희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방문이었다. 장 차관이 초등학교에 도착한 지 7분 만에 자리를 뜨려고 하자 교사들은 "책임지라"고 절규했다. 게다가 장 차관이 교사들이 아닌 기자들을 향해서만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자 교사들은 그를 에워싸고 "들어가서 추모하라" "(동료인) 우리를 보고 사과하라" "살려내라"고 외쳤다. 일부 교사들과 시민들은 장 차관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장 차관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자리를 떠났다.
결국 오후 6시께 정문 앞에는 영정이 없는 추모공간이 다시 만들어졌다. 학교 측은 "학교 앞 임시 추모공간은 오늘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며 "내일(21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서울특별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추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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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교사에 대한 애도는 이날 오전부터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께 이미 약 500미터에 달하는 S초 학교 담벼락은 모두 근조화환으로 둘러싸여졌다. 화환을 배달하던 박아무개씨는 "저희 가게에만 400개의 조화 주문이 들어왔다"며 "오늘 과천에 있는 모든 조화가 여기에 다 들어올 것 같다. 내일도 예약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더이상 화환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 일부 화환은 겹쳐져 놓이기도 했다.
근조조화 리본에는 "작년 담임선생님이라 행복했어요. 사랑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아계실 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S초 정문과 담벼락 등에는 학부모부터 교대 재학생, 선배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특히 교사들이 남긴 메시지가 많았다. 2년차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라고 밝힌 교사는 포스트잇에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다. 또다른 추모자는 "힘든데 왜 꾹꾹 참고 있었어. 술 마시자고 불러냈어야지"라며 "혼자만 끙끙 앓게 해서 미안해"라며 안타까워했다.
자신을 20년 차 교사라고 밝힌 B씨는 정문 앞에 붙은 추모 메시지를 읽다가 오열했다. B씨는 "저도 5년 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5년 전보다 더 심해진 상황"이라며 "편지에 '발령 이후 단 한 번도 행복하지 못했을 이 곳'이라는 표현이 너무..."라며 흐느꼈다. 이어 "(5년 전과 지금 모두) 교사를 보호할 장치는 하나도 없다"며 "사람이 그만두지 않는 한, 죽어야만 누군가 들어주는 상황이 됐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교육부를 향해 성토를 쏟아놓은 그는 "교사 보호장치 좀 제발 만들어달라"며 "최소한 저희(교사)가 목숨은 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에서 어떤 사람이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현직교사 C씨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사의 지도를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극소수의 학부모들은 정말 교사를 힘들게 한다"며 "학부모님들도 여기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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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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