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보는’ Z·‘소비하는’ 알파...PC 아닌 모바일 전성시대서 성장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7.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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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파세대 특성 들여다보니
잘파세대는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다. PC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기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IT 활용이 능숙하다. (매경DB)
“똑같이 젊은 세대 아닌가요,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그리고 알파세대를 두고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똑같은 세대’로 분류한다. 정부·학술기관은 물론 기업들까지 연령대와 상관없이 젊은 세대를 한데 묶어 ‘동세대’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10~30대들은 자신들을 ‘동세대’로 묶는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MZ’로 묶이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하나로 묶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나고 자란 시대도 환경도 다르다. 사회생활 ‘짬’으로 치면 팀장급 직장인부터 신입사원, 대학생, 10대까지 폭넓다. 알파세대와 밀레니얼세대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초기 밀레니얼(1980~1989년생)세대는 알파세대와 부모·자식 관계다. 말 그대로, 알파세대에게는 밀레니얼세대가 ‘기성세대’인 셈이다.

‘잘파세대’로 묶이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성향은 비슷하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사이보다는 간극이 확실히 좁다. 둘을 묶은 ‘잘파’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유다. 다만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면, Z세대와 알파세대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나마 공통점이 있다면 ‘디지털 세대’라는 말로 묶인다는 점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 그리고 알파세대는 PC와 스마트폰, 각종 IT 기기와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또 온라인에서 맺은 수평적 관계에 익숙한 영향으로 한국식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이외에는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서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틱톡’은 잘파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SNS다. 영상 기반의 숏폼으로 잘파세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틱톡 제공)
(1) 기술적 요인

PC 중심의 M, 모바일 중심의 잘파

밀레니얼과 잘파세대를 가르는 최우선 요인은 ‘기술’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기기의 등장 그리고 세대별로 다른 노출 시기가 차이를 만들어냈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주 사용 기기의 진화가 콘텐츠의 유형 그리고 소비 형태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밀레니얼세대는 PC의 보급과 함께 성장했다. 1983년 정부가 교육용 컴퓨터를 학교에 보급하기 시작한 뒤 컴퓨터 보급에 가속도가 붙었다.

밀레니얼세대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 컴퓨터 보급률이 80%에 육박했다. 이들의 놀이터는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싸이월드 등 인터넷 사이트였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컴퓨터 게임을 PC방에서 즐겼다.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에도 한동안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슷한 비율로 활용했다.

반면, Z세대와 알파세대, ‘잘파세대’는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PC보다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

밀레니얼세대가 스마트폰을 컴퓨터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비해 잘파세대는 일상에 있어 ‘필수품’으로 여긴다. 나이가 어린 알파세대일수록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가 청소년일 때인 2011년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11.4%에 그쳤지만 Z세대가 청소년 시기였던 2019년에는 30.2%까지 치솟았다.

알파세대가 본격적으로 청소년기에 진입한 2022년에는 40.1%까지 올랐다. 똑같이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Z세대와 알파세대는 성향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Z세대와 알파세대 모두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다. 세대는 기본적인 경험을 갖고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Z세대랑 알파세대는 여태까지 경험해온 것이 차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PC와 스마트폰 사용량은 밀레니얼세대와 잘파세대의 성향이 갈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밀레니얼은 대세와 유행에 민감하다. 컴퓨터는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없다.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최대한 재미있을, 다수가 즐기는 ‘대세’ 콘텐츠를 찾는 경향이 있다. 밀레니얼세대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본방 사수’ 같은 용어가 인기를 끈다. 상품·게임·콘텐츠 등에서 ‘메이저’와 ‘마이너’를 철저히 구분한다.

반면 잘파세대는 유행보다는 본인만의 개성을 중시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기며 자랐고, 무리하게 대세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대세를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취향을 추구한다. 나와 취향이 같은 몇몇 친구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하는 데 더 큰 재미를 느낀다. 실시간 검색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본방 사수’에 목매지도 않는다.

밀레니얼세대는 잘파세대와 달리 PC 중심 세대다. 사용하는 기기의 차이가 곧 잘파와 밀레니얼을 구분하는 차이로 굳어졌다. (매경DB)
(2) 문화 요인

알파세대, 디지털에서 모든 것 해결

성향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잘파’로 묶이는 Z세대와 알파세대지만, 공통점만 있지는 않다. 둘 사이에도 어느 정도 간극은 드러난다. Z세대는 마케팅업계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린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세대여서다.

각종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용어를 원주민처럼 쓴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세대는 아니다. 덕분에 부모 세대의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적다.

알파세대는 ‘디지털 온리’ 세대로 구분된다. 유·아동 시기부터 IT 기기를 끼고 살았다. 이들은 3~4살 무렵부터 AI 챗봇과 친구처럼 성장했다. Z세대와 달리 아날로그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알파세대는 모든 것을 디지털상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알파세대 등장과 미디어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콘텐츠 이용률은 알파세대가 Z세대를 압도했다. 알파세대가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은 68.6%로 Z세대(4.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교육 동영상, 온라인 뉴스·잡지, 음악, 게임 등 종류 관계없이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했다.

SNS 이용 형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똑같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영상 기반’ SNS를 이용하지만 사용 행태가 다르다. 알파세대가 Z세대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다. 적극적 사용자(‘SNS 작성’ ‘SNS 공유’ ‘SNS 소통’ 등)의 비중이 알파세대가 높다.

Z세대가 인플루언서나 미디어 회사가 만든 콘텐츠를 ‘보는’ 것에 집중한다면, 알파세대는 본인이 직접 영상과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한다.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의 저자 노가영 작가는 “Z세대가 콘텐츠를 소비만 한다면, 알파세대는 IT 기술을 이해하며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알파세대의 부모는 초기 밀레니얼세대다. 이들은 획일화된 교육 대신 자유로운 교육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자 한다. (매경DB)
(3) 가정 환경 요인

‘획일화된 교육’ Z, ‘행복 중시’ 알파

다른 세대와 잘파세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인은 ‘가정 환경’이다.

Z세대는 대부분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가 부모다.

반면, 알파세대의 부모 세대는 초기 밀레니얼로 불리는 1980년대생이다. 부모 세대를 비롯한 양육 환경 차이가 이들의 성향을 가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Z세대의 부모인 X세대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획일화된 교육 환경 아래에서 자랐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과거의 성공 방식’이 통한 마지막 세대다. 때문에 Z세대는 교육·취업 등 영역에서는 기존 세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알파세대의 부모인 밀레니얼세대는 부모 세대의 획일화된 교육관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았다. 치열한 사교육을 버텨냈으나 역대급 취업난과 고용 불안 세파를 겪었다.

아르바이트로만 먹고사는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세대’ 등의 별명이 붙은 세대다. 때문에 밀레니얼세대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보다는, 행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밀레니얼세대는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스스로에 대한 행복 투자를 해왔다. 자녀인 알파세대도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또 노동 소득이 투자 소득을 이길 수 없던 자본 시장에서 활동해온 탓에 귀한 내 아이인 알파세대에게 지갑은 열되 과거 방식과는 달리 투자 패러다임에 밝은 아이로 성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테슬라나 애플 주식을 선물하는 식이다. 그 어느 세대보다 자본주의에 친숙한 세대로 성장할 것이다.” 노가영 작가 분석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환경 차이도 크다. 한국 알파세대는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집안에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부모,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 등 8명의 소비가 아이 한 명에게 집중되는 ‘에잇 포켓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인구가 적음에도, Z세대보다도 더 큰 ‘구매 영향력’을 자랑한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구가 적은 탓에 한국 알파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부모의 소비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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