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더 좋다는 조선주, 줄줄이 신고가...슈퍼 사이클 진입 앞둬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7.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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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조선 업종 종목들이 잇따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주식 시장에서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흐름과 반대로 조선 업황은 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황 반등과 함께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한화오션 신고가

팬데믹 시기 수주한 선박 매출 반영

2023년 들어 서서히 오르던 조선사들 주가는 6월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한화오션(74%), HSD엔진(40%), 삼성중공업(36%), HD한국조선해양(33%), HD현대중공업(25%), 현대미포조선(22%), 한국카본(21%), 한라IMS(15%), SK오션플랜트(10%) 등이 모두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3일까지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조선 ‘빅3’로 불리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은 7월 들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2일 삼성중공업은 주가가 85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한화오션 역시 주가가 신고가인 4만9900원까지 상승했다. 다음 날인 7월 13일에는 HD한국조선해양 주가가 12만92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조선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자 관련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조선해운(27%)’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친환경선박액티브(24%)’ 등 조선주에 투자하는 상품이 20% 중반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그 외 중공업 전반에 폭넓게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중공업(25%)’과 KB자산운용의 ‘KBSTAR 200 중공업(24%)’ 역시 비슷한 수준의 고수익을 거뒀다.

이처럼 최근 조선주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수주한 대형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의 매출이 올해부터 인식되기 시작하는 데다 올해도 수주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만 벌써 143억9000만달러(약 18조원)어치를 수주했다. 이는 회사가 설정한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157억달러)의 91%를 웃도는 수준이다. 선종별로는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33척, 컨테이너선 29척, LNG 운반선 18척, LPG 운반선 20척 등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HD한국조선해양에 비해 크지 않은 규모지만 꾸준히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북미 지역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주문받았다. 올 들어 총 32억달러(약 4조원) 규모로 9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치인 95억달러의 34%를 달성한 상태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이 6척, 원유 운반선 2척, FLNG(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1기 등이다.

최근에는 사상 첫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액은 약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계약을 따낼 경우 삼성중공업은 단숨에 연간 수주 목표액의 65% 이상을 달성하게 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새롭게 출발한 한화오션은 올해 수주 목표(70억달러)의 15%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 시절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계약한 LNG 운반선 1척이 가장 최근 수주한 선박이다. 이를 포함해 올해 LNG 운반선 4척, 창정비 1기 등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총 5척을 수주했다.

앞으로도 파란불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물량이 모잠비크 LNG 8척, 카타르 2차 발주 LNG선 14척 등 총 12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국내 8000억원대 울산급 5·6번함 입찰건, 캐나다 잠수정 교체 사업 등 방산 관련 물량이 예정돼 있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수주분에 대한 건조 물량 확대와 선가 인상 영향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내년까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내후년 갈수록 더 좋다

매 분기 실적 시즌 호재 될 듯

전문가들은 올해뿐 아니라 갈수록 조선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중에서도 대형선 건조 업체 중 전년 동기 실적이 특히 부진했거나, 올해 가스선 매출 인식 비중이 크게 올라오는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영증권은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 실적에 주목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54.2%, 37.5%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조선사들의 전체적인 흑자전환은 하반기로 기대를 미뤄야 하겠지만, 팬데믹 기간에 다량 수주한 선박을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하기 시작해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사 주가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조선사 기업가치에 내년, 내후년 실적 비중을 크게 반영할수록 주가도 그에 맞게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대미포조선 등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또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시기가 더 큰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아 애널리스트는 “조선 업체들 호실적은 과거 호황기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당 경쟁을 이유로 선가 인하를 주도할 만한 경쟁사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P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이미 조선사들 주가는 유리천장을 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화오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올해 실적 추정치를 기준으로 3배를 웃돈다. 조선사의 PBR이 3배를 넘어간 것은 조선 업황 초호황기 말미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15년부터 팬데믹 직전인 2019년까지는 조선 업종에 대한 평가가 박했던 시기다. 이 기간 조선사들의 PBR은 1배가 최고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향후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조선 업종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컨테이너 시황 악화와 해상 운임 급락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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