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필요하지만 회의적 시선...세대 내 다양한 차이점부터 이해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각종 세대론이 쏟아졌다. 2007년 등장한 ‘88만원 세대’가 대표적이다. 20대 비정규직 평균 임금이 88만원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이후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MZ세대가 뜨거웠다. 그리고 세대론의 바통은 잘파세대로 전달됐다.
세대론은 등장할 때마다 우리 사회를 흔들어놨다.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됐고, 정치권은 세대론을 선거 공약 키워드 등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모두가 세대론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세대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이 세대 내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Z세대 특징으로 꼽히는 ‘자기계발’ ‘스펙 쌓기’ 등은 특정 계층에만 적용되는 단어다. 틀에 맞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김선기 문화연구자는 논문 ‘청년세대 구성의 문화정치학’에서 “세대론이 개인을 억압하기도 한다”며 “중산층 대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고 만들어진 세대 담론과 이에 기반한 정책은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층이나 빈곤층 대학생에게는 거꾸로 정책적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비해 세대를 분류하는 ‘구분선’이 모호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 이상 세대론이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라는 건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 분류를 정의하는 말인데, 1980~1990년대와 비교하면 그 구분선이 모호해졌다”며 “미국의 부촌 베버리힐즈에 거주하는 20대, 할렘에 거주하는 20대 빈곤층은 마주하는 환경이나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발달도 구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본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만 접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대와 별개로 이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의식 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대론이 등장했다는 것은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는 의미다. 특정 세대의 공통된 현상들을 묶어낸 게 세대론이기 때문”이라며 “MZ세대의 경우 범위가 과도하게 넓었지만, 잘파세대처럼 범위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세대론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대론을 관찰하며 미래 트렌드를 대비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떠오르는 세대를 관찰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능 프로그램 MZ오피스 등이 흥행할 수 있었던 건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잘파세대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세대론은 시대 흐름과 맞물리는 만큼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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