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정당했나…4시간 반 심의에도 결론 못내
변협 “광고비로 수임료 인상될 것” 주장
로톡 “국민의 사법 접근성 높일 것” 반박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무더기 징계한지 약 9개월 만에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렸지만 첫 심의에서 징계 정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른바 ‘제2의 타다’ 사태로 불리는 양측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20일 변호사 123명을 징계한 변협 의결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무부는 “징계위에서 변협 관계자, 징계 대상 변호사들의 특별변호인 및 로톡 관계자의 각 의견을 청취했다”며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해 근시일 내 징계위를 속행해 계속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의는 오후 3시부터 7시30분쯤까지 진행됐다.
변협과 로톡은 비공개로 진행된 심의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이태한 부협회장은 이날 심의를 마친 뒤 “(로톡이) 사설 플랫폼에서 단순히 소비자와 변호사를 연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매니저를 운영하면서 추천글을 관리하거나 삭제했다”며 “유료 무료와 상관 없이 수임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엄보운 이사는 “우리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적이 없고 법과 규정을 성실히 지켜서 운영을 해왔다”며 “이런 점을 징계위원님들께 소상히 설명하면 결론은 징계 취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측은 징계위를 앞두고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변협 정재기 부협회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플랫폼 기업들을 언급하며 “택시는 이제 쉽게 잡을 수 없고 택시비는 대폭 상승했다. 음식시장은 배달료가 얹어져 한끼 식사비가 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로톡이 장악한 법조의 미래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활성화시켜 법조시장과 국민 선택권을 사기업에 종속시켜도 될지, 광고비가 추가돼 수임료가 대폭 인상되는 미래를 받아들일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로톡 측은 법률플랫폼의 활성화로 국민이 보다 쉽게 변호사와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보운 이사는 “변호사가 플랫폼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아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며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여주고 특권이 아니라 권리로 누구나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로톡 측은 “소비자에게 변호사 정보를 지역별, 분야별로 검색할 수 있게하고, 상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제공 정보가 변호사 정보에 국한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형 검색 포털과 본질적으로 같은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로톡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을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변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 5개월간 변호사 123명에 대해 로톡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징계했다. 징계 수위는 견책부터 최대 과태료 1500만원 수준이었다. 해당 변호사들은 징계에 불복해 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변협과 서울변호사회는 로톡 등의 변호사 소개 서비스는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위의 이번 속행 결정은 2014년 로톡 서비스 개시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갈등 양상을 고려할 때 보다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 때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은 로톡 서비스가 합법이라고 언급했었고, 검찰은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변호사의 플랫폼 광고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변협 규정 중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었다. 공정위도 지난 2월 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법무부 징계위는 향후 추가 심의를 연 뒤 징계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전체 기각하거나 일부 기각할 경우 징계 변호사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이의신청이 인용되면 징계는 즉시 취소되며, 변협은 불복할 수 없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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