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끌어온 변협·로톡 갈등…법무부, ‘123명 징계’ 심사했지만 결론 못 내

허정원 2023. 7. 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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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변호사법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한 데 대해 법무부가 20일 무더기 징계 처분이 정당했는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 했다.

법무부는 이날 변호사징계위원회를 마친 후 “변협 관계자, 징계 대상 변호사들의 특별변호인 및 로톡 관계자의 각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지만,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근시일 내에 위원회를 속행하여 계속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123명의 징계 수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심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노공 차관, 김석우 법무실장과 교육인·언론인·시민단체 관계자 등 총 9명으로 꾸려졌다. 다만 관례에 따라 한 장관은 이날 심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검경·공정위·헌재까지 간 ‘로톡 갈등’…왜


대한변호사협회 정재기 부협회장(가운데)이 20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열린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징계위 참석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징계위는 법률 플랫폼 '로톡'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내면서 열렸다. 뉴시스.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갈등은 8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톡은 변호사로부터 월정액 광고료를 받거나 무료로 소비자에게 노출해주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 등은 이 플랫폼이 특정 변호사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34조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8년간 총 3차례 로톡을 고발했다. 그러나 2021년 12월엔 경찰이 불송치, 지난해 5월엔 검찰이 불기소하는 등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특히 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가 광고비를 받고 법률 상담을 알선하는 업체에 광고나 홍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사실상 ‘로톡 금지 규정’을 만든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지난해 5월 변협의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변협의 규정과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각 10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2021년 8월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로톡이 돈을 받고 특정 변호사와 이용자를 매칭하는 ‘중개형’이 아닌 광고를 실어주는 ‘광고형’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을 위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변화”라고도 했다.


“무자본 변호사, 수임 어렵다” VS “사법 접근성↑”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가 20일 오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징계 변호사 이의신청 관련 심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지난해 12월 변협으로부터 자체 징계(견책~벌금 1500만원)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이날 징계위가 열리게 됐다. 이날 심의에 앞서서도 양측의 입장차는 재확인됐다. 변협 측은 플랫폼에 광고비를 많이 지불하는 변호사들이 법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의뢰인들에게 전가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재기 변협 부협회장은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활성화해 법조 시장과 국민의 선택권을 그 사기업에 완전히 종속시켜도 될 것인지, 광고비가 추가돼 수임료가 대폭 인상되는 미래를 받아들일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배달의민족 사례를 언급하며 “로톡이 법조 시장을 장악하면 자본 없는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할 루트가 완전히 없어진다”라고도 했다.

반면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이 사법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국민이 사법 접근성을 누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사법 접근성을 올려주고 특권이 아니라 권리로 누구나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로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징계, 취소·유지 기로…수위만 조정될 수도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뉴시스.

이날 징계위가 결론에 이르지 못하면서 갈등의 종지부는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추후 심의에서 법무부가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이유있다고 인정하면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 만약 이의신청을 이유없음으로 기각할 경우, 기존 변협의 징계는 그대로 효력을 갖게 된다.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징계 수위만 조절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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