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따라잡는다, 강동구 재건축 [재건축 임장노트 27]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7. 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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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동 재건축부터 천호동 가로주택까지

지난 몇 년간 재건축 투자 시장에서 서울 강동구는 소위 ‘메이저리그’는 아니었다. 재건축 알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고덕주공1~8단지는 일찌감치 재건축을 진행해 2020년께 대부분 입주를 마쳤고 이웃 동네에서는 재건축 최대어로 통하는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갖은 진통 끝에 완판됐다. 신축 아파트로서 인기는 끌었지만 재건축 투자 관점에서는 이미 마무리된 시장인 셈이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20~ 2021년 초까지는 강동구에도 ‘재건축 2라운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했다. 재건축 사업 극초기 단지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이마저도 몇몇 단지에서 조합설립이 완료되자 뚝 끊겼다. 당시 강동구를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금지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동구 집값이 다른 지역 대비 크게 하락하자 지난해까지 단지별로 거래량이 한 건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

그러다 올 초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정부가 1·3 대책 일환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합설립이 완료된 단지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졌고 덕분에 부동산 침체기를 뚫고 거래 건수가 늘기 시작했다.

일례로 2021년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명일삼익가든’은 지난 한 해 통틀어 매매 거래량이 1건에 그쳤는데 올 들어서만 아파트 8채가 사고 팔렸다. 비슷한 시기 조합이 설립된 ‘삼익그린2차’ 역시 지난 한 해 거래량이 1건에 그쳤지만 올 들어서만 15건이 거래됐다. 이외에 조합설립을 완료한 명일동 ‘삼익파크’, 길동 ‘우성’ 등이 이번 규제지역 해제의 수혜를 입어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년 5개월 만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강동구에서는 다시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일반 재건축 사업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 리모델링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올 초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도 대폭 완화하면서 강동구 일대 여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윤관식 기자)
고덕주공 마지막 퍼즐 완성?

9단지·삼익맨션2차·삼익파크 속도

명일동 일대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삼익그린맨션2차(2400가구)’는 이미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정밀안전진단이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의 최종 재건축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각 지자체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구조안정성과 주거 환경, 노후도 등을 평가해 재건축 시행 여부를 판정하는 절차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조건부 재건축)이나 E등급(재건축)을 받아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단 E등급과 달리 D등급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통과해야 이후 과정을 추진할 수 있다.

삼익그린맨션2차는 앞서 지난해 3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놓고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진행해왔다.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면서 강동구로부터 수차례 보완 요청을 받았고 최종 통과 결과를 통보받았다. 통상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만 정비계획안이 오래된 탓에 한 차례 변경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조합장 보궐 등 임원 선거를 진행해 정성철 신임 조합장을 선출했다. 앞서 삼익그린맨션2차 조합은 전임 집행부의 임금 책정, 정관 고치기 등으로 대의원 등 일부 조합원과 갈등을 겪었다. 이에 전임 집행부와 대의원 간 쌍방 해임총회가 열리는 등 내분을 겪은 뒤 지난해 5월 전임 조합장이 사퇴해 한동안 집행부를 공석으로 유지해왔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1983년 준공한 삼익그린맨션2차는 둔춘주공에 이어 서울 동남권 재건축 최대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대단지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과 가깝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두루 갖춰 학생 자녀를 둔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재건축을 통해 3350가구 신축 단지로 탈바꿈한다.

삼익그린맨션2차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주변 단지 재건축 사업이 순항할 거라는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명일동에서는 2021년 6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고배를 마신 ‘고덕주공9단지(명일주공9단지)’가 올해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부터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정밀안전진단 용역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내는 등 재건축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1320가구 규모 고덕주공9단지는 1985년 준공한 39년 차 노후 아파트다. 고덕주공1~8단지 대부분이 재건축 사업을 마쳤기에 9단지는 고덕주공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명일동 ‘명일삼익맨숀(이하 삼익가든·768가구)’ 재건축 조합도 재건축 사업 협력 업체 선정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정비계획 변경 등의 용역을 수행할 도시계획 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 공고를 냈다.

삼익가든 재건축 사업은 대지 4만9502㎡에 용적률 299.99% 이하를 적용해 아파트 1169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단지가 5호선 굽은다리역과 명일역 가까이 있고 길동공원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강동프리미엄아울렛, 명일전통시장, 현대종합상가 등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인근 길동 ‘삼익파크맨숀(삼익파크)’의 경우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정해뒀다. 삼익파크 재건축 사업은 기존 1092가구를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501가구와 부대복리시설로 짓는 사업이다.

삼익파크 조합은 2020년 2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약 6개월 만에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이 이뤄졌다. 이후 5개월 만에 조합설립인가가 났다. 지난해 9월 서울시 건축심의 최종 승인 후 한 달여 만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마치고 시공사까지 정하는 등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은 올해 말 이주 계획 발표를 목표로 한 바 있다.

‘명일동 4인방’도 재건축 속도

신동아·우성·한양·현대

이외에 명일동에서는 주공아파트는 아니지만 ‘신동아’ ‘명일우성’ ‘고덕현대’ ‘한양아파트’ 이른바 ‘명일동 4인방’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일우성은 최근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검토 불필요’ 결정을 통보받았다. 명일우성은 앞서 2021년 1차 안전진단에서 52.85점(D등급)을 받아 조건부 통과해 2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서 D등급을 받더라도 지자체 재량에 따라 적정성 검토를 생략할 수 있게 됐는데, 덕분에 명일우성이 추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확정하게 됐다. 1986년 준공된 명일우성아파트는 올해로 입주 38년 차 노후 단지다. 최고 15층, 8개동, 총 572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명일동 ‘신동아’ 아파트도 지난 3월부로 안전진단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재 570가구 규모 단지인 신동아는 ‘명일동 4인방’ 4개 단지 가운데 5호선 고덕역이 가장 가까워 알짜로 꼽힌다.

우성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고덕현대는 신속통합기획에 재합류하면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덕현대 재건축 추진위에 따르면 고덕현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신축을 추진 중이다.

고덕현대는 지난해 11월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1호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강동구에 재건축 반대 민원이 다수 접수돼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었다. 이에 강동구는 찬성·반대 비율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는데, 전체 토지등소유자 527명 중 335명이 조사에 응답했고 이 가운데 238명(71%)이 신속통합기획 추진에 찬성하면서 신속통합기획을 재추진하게 됐다. 단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고덕현대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1986년 준공된 명일한양(540가구)은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올 초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며 과거에 비해 안전진단 신청 관련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또 안전진단을 위한 예비 조사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현지조사를 마친 단지들의 소식도 들려 조만간 안전진단 신청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앞의 고덕주공9단지와 ‘삼익’ 형제, 명일동 4인방이 재건축을 모두 마치면 명일동 일대는 대규모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인근 고덕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등과 함께 고덕지구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입지도 나쁘지 않다. 명일동 단지들은 위치에 따라 5호선 명일역 또는 고덕역이 도보권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인근에는 명원·고명·명덕초, 배재·명일·한영중, 배재·명일여자·한영고 등이 있다. 윈터근린공원, 송림근린공원, 곰돌이어린이공원, 강동그린웨이 명일근린공원 등이 가까워 녹지 접근성이 높고 강동경희대병원, 소극장 드림, 산성골프장, 이마트 등이 가까워 주거 편의성이 높다.

다만 재건축을 마친 ‘고덕주공’ 단지들이 5호선 상일동역, 명일근린공원 동쪽에 몰려 있는 것과 달리 9단지를 비롯해 삼익, 명일동 4인방 단지들은 명일공원 서쪽, 길동공원 북쪽에 위치해 있다. 재건축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고덕지구 재건축 아파트들과 같은 생활권을 이루기보다는 5호선 명일·고덕역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8호선은 가로주택정비사업 활발
서울시 모아주택 기준 적용한 소규모 재건축 속도
지하철 5호선 역세권인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일대가 재건축 사업으로 활발하다면 8호선 천호~암사역 일대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업지가 꽤 있다.

우선 천호동 321-18번지 일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모아주택’ 기준을 적용한 사업시행계획안이 3월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하면서 층수를 높이고, 창의적인 설계가 가능해졌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구역에 있는 노후 주택들을 기존의 가로를 유지하며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높이가 7층 이하로 규제된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하면 10층 이하로 층수 규제를 조금 풀어준다. 더 나아가 모아주택 사업시행계획 수립 기준을 적용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실시하면 13층까지 층수를 높일 수 있다. 계획안에 따라 천호동 321-18번지 일대는 지하 3층~지상 13층, 80가구 규모의 단지로 조성된다.

‘천호동 221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최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공람에 들어가면서 인가를 목전에 뒀다. 공고에 따르면 사업지는 구역 면적 8422㎡ 일대로, 토지등소유자는 110명이다.

암사동 대명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대지 3238㎡)은 지난 6월 강동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건축 계획에 따르면 1987년 준공된 80가구 규모 대명아파트는 건폐율 24.32%, 용적률 248.52%를 적용해 지하 2층~지상 18층 높이, 94가구 규모 나 홀로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시공은 대방건설이 맡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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