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뮌헨의 이유 있는 '애정 공세'…"2년 전 첼시 때부터 KIM 찍었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김민재는 오래 전부터 토마스 투헬과 바이에른 뮌헨 레이더망에 올라와 있었다.
독일 TZ는 20일(한국시간) "투헬은 첼시 감독이던 2021년에도 김민재를 레이더망에 올렸다"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김민재를 영입했다"고 전했다. 독일 빌트 또한 "뮌헨은 김민재가 페네르바체에서 뛸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현재 뮌헨 사령탑을 맡고 있는 투헬은 2021년 당시에는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이끌고 있었다. 성적 부진으로 프랭크 램파드를 경질했던 첼시로 향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들어올렸고, 2021/22시즌에는 첼시를 리그 3위로 이끌었다.
김민재는 2021년 여름 중국 베이징 궈안을 떠나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합류해 2021/22시즌을 소화했다. 페네르바체에서 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활약한 김민재는 곧장 투헬 눈에 포착됐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 첼시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월드 클래스 수비수들을 지도한 투헬 눈에도 김민재는 탐낼 수밖에 없는 재능이었다.
하지만 투헬은 지난 시즌 초 성적 부진으로 첼시를 떠났다. 지난 3월 뮌헨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6개월 가까이 무직 신분이었다. 김민재를 영입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
뮌헨 또한 2년 전부터 김민재를 주시하고 있었다. 빌트에 따르면 뮌헨 스카우트 팀은 페네르바체에서 연일 맹활약하던 김민재를 꾸준히 지켜봤다.
하지만 당시 김민재는 이제 막 유럽 무대에 발을 들인 아시아 선수였고, 빅리그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김민재가 페네르바체를 떠날 때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팀은 프랑스 스타드 렌과 이탈리아 나폴리였다. 두 팀 모두 유럽 최정상급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민재는 나폴리로 향했다. 첼시로 떠난 칼리두 쿨리발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이때 쿨리발리를 원했던 인물이 바로 투헬이었다. 쿨리발리 또한 나폴리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하다 첼시로 떠났고, 김민재가 뒤를 이어 빈 자리를 채웠다.
쿨리발리가 고전한 반면, 김민재는 승승장구했다. 나폴리 입단 2경기 만에 헤더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큰 키와 빠른 발을 이용해 제공권 장악은 물론, 뒷공간 커버도 곧잘 해냈다. 심지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거나 정확한 패스로 전방에 연결하기도 했다.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나폴리 축구와 딱 맞았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세리에A 9월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시즌 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나폴리를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 올해의 팀에 선정된 김민재는 주전 공격수 빅터 오시멘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나폴리 선수로 평가 받았다.
자연스레 빅클럽들의 관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맨유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라파엘 바란에 이어 또 한 명의 뛰어난 센터백을 원했다. 빅토르 린델뢰프나 해리 매과이어는 백업 자원으로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김민재가 맨유로 이적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맨유는 구단 인수 문제로 이적시장에 뛰어들 수 없었다. 김민재를 놓고 맨유와 장외 맨체스터 더비를 치를 것으로 예상됐던 맨체스터 시티는 크로아티아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이때 김민재를 꾸준히 지켜보던 뮌헨이 등장했다. 뮌헨은 기존 주전 센터백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침 전부터 김민재를 지켜봤던 투헬이 감독으로 있는 상황이었다. 뮌헨도 김민재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 1년 전과 달리 김민재는 빅리그 검증을 마친 상태였으며 여러 팀들이 달려든 상황이었고,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 금액이 고작 5000만 유로(약 710억원)에 불과해 자칫 늦었다가는 다른 팀에 빼앗길 위험이 있었다.
뮌헨은 그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영입 과정부터 김민재에게 열중하며 진심을 다했다. 김민재가 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다는 걸 파악한 후 빠르게 개인합의까지 마쳤다. 김민재의 퇴소일에 맞춰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구단 의료진을 파견하기도 했다.
뮌헨이 서둘러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한 이유는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한시적으로 발동되는 조항 때문이었다. 뮌헨은 군사훈련을 마친 김민재가 휴식 후 독일로 날아오기까지 기다리기보다 직접 의료팀을 파견해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 과정에서 딸을 위한 작은 유니폼, 곰 인형, 한국어 편지까지 준비하는 정성도 보였다. 뮌헨이 준비한 편지에는 한글로 "사랑하는 민재, 사랑하는 지민(아내), 사랑하는 주아(딸), 뮌헨과 FC바이에른의 가족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뮌헨이 얼마나 김민재에게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메디컬 이후에는 예정대로 나폴리에 5000만 유로를 지불하며 바이아웃을 발동했다. 나폴리와 연대기여금 부분에서 조율하느라 오피셜이 조금 늦어지긴 했으나 마침내 지난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재 영입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동안 김민재를 원했던 투헬은 김민재가 테게른제 훈련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버선발로 뛰쳐나가 격하게 환영했다. 뮌헨이 공유한 영상에서 투헬은 김민재를 연신 껴안고 볼뽀보를 하며 "만나서 반갑다. 정말 반갑다. 넌 여기서 잘할 수 있을 거다"라고 시종일관 함박 웃음을 지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키도 크고 발도 빠르다. 그가 이곳에 와서 매우 기쁘다. 경력을 보면 특이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SNS, 바이에른뮌헨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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