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침수' 공유한 외국인의 경고 "이제 한국 차례" [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최현정 기자]
▲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 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도보 수색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국에 있는 한 페이스북 친구는 요 며칠 외국 지인들이 안부를 물어온다고 한다. 괜찮냐고, 피해는 없냐고.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처럼 한국 수해 소식이 연일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집중호우로 산사태 발생" (<더 웨더채널>, 7/16)
"한국 홍수 후 구조대원들이 지하터널에서 시신 인양" (<월스트리트저널>, 7/16)
"한국 홍수 사망자 수 40명으로 증가, 잘못된 대응으로 비판받는 윤 대통령"
(로이터 통신, 7/17)
침수된 터널, 깎여나간 산등성이, 건져 올려진 차, 무너진 집들이 익숙한 지명 속 낯선 풍경들 속에 있다. 한국이란 안전한 나라에서 무려 46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19일 오후6시 기준)는 뉴스는 기후위기에 민감한 이들에겐 불길한 사인 같아서일 것이다.
▲ 지난 6월 7일 뉴욕의 뿌연 하늘, AQI공기질지수는 342였다. |
ⓒ 최현정 |
지난 18일에도 아침 뉴스에선 공기질 수치를 말했다.
"화요일 뉴욕 지역의 AQI는 68로 보통입니다. 이 수치는 한 주 내내 지속될 예정이니 노약자는..."
지난달 초부터 날씨 예보에 공기질 지수 AQI(Air Quality Index)가 등장했다. 파란 하늘 본 게 언제인가 싶게 뉴욕 지역의 올여름은 늘 뿌옇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이 원인이다. 자동차로 10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1000km 떨어진 퀘벡 지역의 크고 작은 800여 개의 산불 연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산불은 중부의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콜로라도, 사우스다코타를 포함해 일리노이, 뉴욕주는 물론이고 남부 플로리다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약 2500만 에이커, 남한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면적이 두 달 가까이 불타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한국의 소방대원까지 합세했지만 불길은 쉽게 잡힐 것 같진 않다.
"영화 속 아포칼립스 같아."
최악의 대기질 지수를 기록한 지난 6월 7일, 바깥에 펼쳐진 풍경이 기이했다. 다들 자신이 아는 음울한 장면들을 얘기했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은 탁한 오렌지색 모래에 덮인 듯 답답하고 흐릿했다. 이날 오후 3시 뉴욕의 AQI는 342로 15개 주 5500만 미국인들에게 경보 문자가 발송됐다.
위험 수준인 300을 훌쩍 넘었던 이날 뉴욕은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세계 최악의 공기 오염을 기록했다. 산불로 인한 연기는 혈관으로 들어가 천식을 포함한 심장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에 함유된 오존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이산화질소는 기관지염과 폐렴,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감염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팬더믹 때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다들 자발적으로 쓰고 다니는 풍경을 보니 바이러스보다 대기오염이 더 무섭다 싶었다.
▲ 전 미국에 걸친 기록적인 폭염 상황 |
ⓒ 최현정 |
북동부가 공기질로 인해 고심하고 있을 때, 서부 LA에 사는 친구는 더위를 하소연한다. 미국 서남부는 지금 기록적인 폭염과 싸우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라스베이거스는 47.2도를 기록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경우 43도가 넘는 날씨가 19일 연속 계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이다. 에어컨이 고장 난 차를 몰던 운전자의 사망 소식이 있었고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뉴스가 이어진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데스밸리의 지난주 최고 기온은 56.9도였다. 세계 기상 기구가 갖고 있던 최고 기록에 육박하는 온도다.
▲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
ⓒ 연합뉴스/EPA |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두 나라가 만났다. 16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 정부의 기후특사 존 케리는 중국 외교라인 1인자 왕이 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를 말했다.
"이 만남이 양국 간의 협력과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의 기후 변화 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케리 특사의 중국 방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선 세 번째 미 고위인사의 방문이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냉각됐던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두 장관의 방중이 큰 성과 없이 끝난 것에 비해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두 나라 모두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케리 특사는 월요일 베이징에서 그의 카운터 파트너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거의 12시간 동안 회담을 했다. 왕이 위원은 두 사람의 노고를 칭찬했고 이것은 좋은 신호로 보인다.
이들의 만남은 캘리포니아 데스밸리가 56도를, 중국 신장 서부 지역이 52도를 기록한 날에 벌어졌다. 두 나라 모두 기후 위기가 발등의 불이고, 해결책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케리 특사는 중국의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 구축 작업들이 놀라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더불어 그 노력이 반감되는 메탄과 석탄 배출 억제에 힘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석탄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국으로선 미국 측의 무역제재와 감시 등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서로 차이를 극복하고 공통점을 찾자고 말한다.
19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을 만난 케리 특사는 중국 관리들과의 회담에 대해 복잡했지만 건설적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두 나라 사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모든 외부 효과에 대해 협력하고 일할 수 있도록 COP(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로 가는 확실한 길을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작업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실현할 수 있는 일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간 대화가 기후변화라는 공통의 문제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데스밸리와 신장 지역의 이상 폭염이 두 나라 정치인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 셈이다.
▲ 기후위기로 인한 한국의 수해 피해를 보도한 BBC 기사 |
ⓒ BBC 캡처 |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 장면은 한국에 경종을 울린다. 기후변화가 이 나라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7월 17일 자 영국 BBC 기사는 수해 피해를 입은 충북 괴산 원이담마을 주민들의 막막한 상황을 소개한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전달한다.
▲ 기후과학자 빌 맥과이어가 지난 15일 '한국 수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트위터에 남긴 말 |
ⓒ 트위터 |
한국 침수 기사를 공유하며 기후과학자 빌 맥과이어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Nowhere is immune any longer from the explosion of extreme weather brought about by the collapse of the #climate. South Korea's turn to take a battering(기후의 붕괴가 가져온 극단적인 날씨의 폭발로부터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한국이 타격을 받을 차례입니다).
언론은 지난 6월이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달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기상기구는 그 기록을 정정한다. 지난 7월 첫 주가 가장 더웠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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