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선교사 귀츨라프 생전 선교지는 원산도”
선교지 논란 해소할 확실한 연구·고증 필요 목소리도
우리나라를 방문한 개신교 최초 선교사인 칼 귀츨라프(1803~1851)의 주요 선교 사역지가 충남 보령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무역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귀츨라프 일행의 기록과 당시 현지 환경 등을 고려한 결과다.
보령시기독교연합회(회장 정승호 목사)와 사단법인 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보기연·이사장 박세영 목사)가 20일 충남 보령 대천중앙장로교회(최태순 목사)에서 연 제2회 귀츨라프 학술세미나에서다.
현재 교계에서는 1832년 7월 중순 귀츨라프 선교사가 타고 조선 땅을 찾은 영국 상선 에머스트호가 18일간 정박했다는 장소가 고대도인지 원산도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귀츨라프 일행은 정박지를 ‘간갱(Gan-Keang)’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를 두고 원산도 동쪽 해안에 있는 개갱촌 마을 앞바다라는 의견과, ‘고대도 안항(古代島 安港)’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에머스트호가 정박할 수 있었던 입지 환경, 현지 고관과 관원들이 주둔했던 장소 등을 고려했을 때 고대도보다 10배 이상 넓은 원산도가 귀츨라프의 실제 주요 선교지라는 증거가 제시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기독교한국루터회 칼귀츨라프연구위원회 위원장 최태성 목사는 “귀츨라프는 영문으로 남긴 기록에서 ‘조선 측에서 안전한 정박지가 있고, 고관들을 만날 수 있으며, 무역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간갱(Gan-keang)이라 불리는 만(灣)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했다”며 “당시 고대도에는 선착장 정도가 있을 뿐 안전한 항구라 불릴만한 만이 없는 반면, 원산도에는 만과 안전한 정박지가 여러 곳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귀츨라프 일행의 책임자이자 에머스트호 선주였던 휴 애밀튼 린지가 남긴 기록상 귀츨라프가 방문한 시기와 고관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고려하면 당시 관청이 있던 원산도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연한 귀츨라프연구소 대표 신호철 장로는 “귀츨라프 일행의 기록을 보면 당시 항구에 소가 많아 항상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며 “원산도는 고대도 보다 10배 이상 넓은 땅에 들판이 있으며, 소와 염소를 기를 수 있는 목초지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24년간 한국농공학회 편찬위원을 역임한 칼귀츨라프연구위원회 자문위원 김주창 장로도 “에머스트호가 조선에 온 목적도 무역하기 위해 고관을 만나는 것이었으므로 관청이 있고, 인구가 많았던 원산도가 상식적으로 고대도보다 적합하다”고 봤다.
이날 발표자들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책 ‘귀츨라프 선교사의 조선 방문’(컨콜디아사)을 펴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랫동안 귀츨라프 선교지에 대해 연구해 온 황미숙 박사와 향토사학자 황의천 선생이 논찬자로 나섰다. 황의천 선생은 “귀츨라프 연구의 핵심 주제이며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귀츨라프의 선교 활동 무대가 어디인지 고증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장소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이 사건의 역사적 가치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귀츨라프 선교사의 선교지 문제로 보령이 기독교사에서 주목받는 계기, 향토 문화가 더욱 풍부해지는 계기가 된 만큼 ‘간갱’의 위치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츨라프는 교계에서 최초로 한글 주기도문을 번역하고, 한문 성경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초로 서양 감자를 국내에 파종했으며, 서양 선교사로서 최초로 서양 근대 의술을 국내에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기독교한국루터회는 2022년 보기연과 양해 각서(M.O.U)를 맺고, 귀츨라프 연구 사업에 협력해왔다. 앞서 2016년 교단 내 칼귀츨라프연구소위원회를 처음 구성했으며, 그해 4월에는 루터대학교와 보령시청 간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칼귀츨라프연구위원회는 향후 귀츨라프 관련 자료와 외국 연구 논문 번역 작업 등 추가 연구 활동에 더해 기념 선교센터 건립, 기념일 ‘귀츨라프의 날’ 제정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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